한국납세자연맹, “한 해만 16만건…국민 상호불신 조장”▲ 시민사회 일각에서 탈세 제보 관련 포상금 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지난 2018년 기준 국세청에 신고된 탈세 제보 등 밀고건수가 16만 건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가 국민을 정보원으로 활용해 탈세를 감시‧통제하는 것은 사회적 신뢰를 파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조세 정의 뒷전…수십억대 포상금만 노려” 한국납세자연맹(이하 연맹)은 22일 “탈세포상금 제도는 시민의 의무로 자발적으로 납세하는 민주국가의 이념에 반한다”며 “국세기본법의 납세자 성실성추정규정에도 위배돼 폐지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연맹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세청 소관 밀고건수 중 ▲탈세제보 포상금 신고 20,319건 ▲차명계좌 신고 28,920건 ▲세무공무원 자체 탈세제보인 ’밀알정보 신고‘ 109,321건 등으로 각각 파악됐다. 여기서 국세청 소관 포상금인 은닉재산 신고포상금과 현금영수증 발급거부 신고포상금, 현금영수증 미발급 신고포상금, 해외금융계좌 신고포상금, 명의위장 신고포상금, 부조리신고 포상금 등은 제외됐다. 연맹 관계자는 “탈세 제보자는 주로 종업원, 동업자, 거래처, 세파라치 등이고 심지어 아버지가 아들을, 아내가 남편을, 아들이 부모를 제보하기도 한다”며 “탈세포상금 제도는 가족간, 친척간, 친구간, 사장과 종업원간의 신뢰를 파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보자 대부분은 ‘조세정의’의 가치보다는 ‘40억 원의 포상금’을 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연맹은 스웨덴을 사례로 우리 현실과 많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웨덴의 경우 탈세 제보와 관련해 국세청 내부에서 수많은 논의를 거친 과정이 있었으나 결론적으로 ‘탈세포상금 제도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2018년 연맹 주최 콘퍼런스에 참석한 스웨덴 국세청 관료 레나르트 씨는 “국세청 홈페이지에 일정 양식의 제보 코너가 있지만 권장하지도, 선전하지도 않는다”며 “우리는 사회 내 분열을 조장하고 이웃 간 불신을 조장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요국 가운데 탈세제보 포상금제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연맹은 “미국은 정부 신뢰가 낮은 나라로 분류된다”며 “다민족국가에 땅이 넓은 특수한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국내 세무 공무원들의 자체 탈세제보인 ‘밀알정보’는 5급 이하 공무원이 일상생활과 민원상담업무, 현지조사, 세무조사과정에서 취득한 탈세 정보를 매년 몇 건씩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제보다. 연맹 조사 결과 2018년 말 기준 누적 신고건수는 116만4,344건에 달했다. 다만 ‘밀알정보’는 법 규정 사항이 아닌 국세청 내부규정으로 운영되며, 정보자료 수집비 예산으로 428억 원이 책정된 상태다. 일각에선 탈세 포상금제를 통해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용이하게 탈루세액을 추징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포상금 제도가 탈세 적발가능성을 높여 결국 성실납세 의지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맹은 “2017년 탈세포상금과 차명계좌신고포상금 제도로 추징한 세액이 2조 원인데 그 중 불복으로 인한 환급액이 약 33%로, 체납액까지 감안하면 1조원 정도 세수입을 올린 것”이라며 “차라리 탈세제보 조사공무원을 다른 분야에 투입했어도 그 정도의 세수입 증가는 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협박‧감시에 의한 일시적 성실납세 제고의 이점보다 국민 신뢰 감소라는 손실이 더 크다”며 “국민을 통제‧감시의 대상으로 삼고 ‘탈세를 하면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는 공포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강제적 법준수 전략’에 다름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선택 연맹 회장은 “한국에는 신고포상금 종류가 1,200가지에 이르며 새로운 법이 생기면 자동으로 포상금 규정을 신설하고 있다”며 “포상금 제도는 사회 분열과 이웃 불신을 조장하므로 대부분 폐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탈세포상금제도와 같은 국민을 통제와 감시의 대상으로 보는 강제적인 법 준수전략에서 국가가 국민을 주인으로 겸손하게 대하는 신뢰에 기반한 자발적인 법 준수 전략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