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칼럼] 국민생명의 존엄

황종택

resembletree@naver.com | 2021-12-23 10:37:06

▲문윤홍 칼럼니스트
혼란이 있는 곳에서 조차 빛과 어둠은 비와 낙엽과 더불어 인간의 그 무엇과는 다르게 서로 공존하며 산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8000명 안팎이 되고 중환자 수의 급증이 시간단위로 달라지고 있어 사실상 병실이 가득 차면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최대 위기 상황이 찾아왔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매일 급증
위중증 환자가 900명대에 이르고 하루 사망자도 90명을 넘어서 의료대응여력이 한계치에 도달하면서 단계적 일상회복을 사실상 멈추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가 절실해 보이는 시점임에도 정부 대응은 미덥지가 못하다. 지금 의료 붕괴‘ 직전 상태라고 보야 한다. 현장에선 심정지 환자가 있다는 119 전화를 받아도 수용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발생한다고 한다. 119 대원들이 미친 듯이 뛰어다니고 목숨 걸고 최선을 다해 근무하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이게 붕괴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코로나19 확진자보다 목숨이 훨씬 더 위태로운 환자들이 응급실에 자리가 안 나 앰뷸런스에서 몇 시간이나 대기하고, 겨우 찾아 들어간 병실에선 산소호흡기가 없어 애를 태운다. 그나마 앰뷸런스라도 탄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다.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애꿎게 저세상으로 간다. 이런 사태가 일어날지 몰랐다고 하면 무지이고, 알고도 대응을 못했다면 직무유기다. 
왜 이렇게 됐는지는 전 국민이 다 안다. 준비 부족도 이런 준비 부족이 없다. 무능력도 이런 무능력이 없다.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공포가 대한민국을 뒤덮었던 2015년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는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서 한 부를 전달한다. 한국이 메르스로 고통받는 것을 보고 지식 공유 차원에서 작성한 보고서다. 맥킨지는 한 해 전인 2014년 메르스가 창궐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정부의 용역을 받고 위기 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 수립과 운영 지원에 관한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다. 맥킨지는 이 당시 경험을 정리했다. 머리로 쓴 보고서가 아니라 발로 쓴 보고서다.
정리하면 일곱 가지 제언이다. 첫 번째가 놀랍다. '다른 환자들을 소홀히 하지 말라'다. 메르스 환자가 아니라 다른 위급한 환자가 병원을 찾을 때 진료가 불가능한 2차 재앙을 대비하라는 것이다. 맥킨지는 보고서에서 이 대목을 구체적으로 기술한다. "위기 대응팀에 고참 한 사람을 두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과연 이렇게 하면 메르스와 관계없는 중증 환자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보게 하라"고. 지금 한국에서 이런 재앙이 벌어졌다고 봐야 한다.
■당국, 시간 많지 않음을 직시해야
코로나가 우리와 함께한 지가 제법 세월이 지났고 머물 수 있는 시기 또한 한참을 지났음에도 코로나 이별은 싸늘하기만 하다. 준비되지 않고 맞았던 질병과의 작별은 그저 바람일 뿐, 잡혀가는가 싶다가도 어느새 풀어버린 정부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코로나는 국민건강을 불안하게 하는 주범이 돼있다.
백신의 효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또한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2차, 3차 접종을 했음에도 돌파감염은 여전하고 이로 인한 국민의 생각에는 접종이 과연 필요한가에 대한 부정적 생각까지 들게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백신을 맞음으로 인한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더 이상 밝히기 어렵다면 제발 제대로 된 진짜 백신을 국민에게 권유해야할 의무가 정부에게는 있다는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의 동네가 온통 코로나 지뢰밭이다. 더 이상 기다렸다간 의료대란을 넘어 국민생명의 존엄까지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시간이 많지 않음을 직시해야 한다.

 

[ⓒ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