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본사·매장 따로따로?…백화점에서 ‘코세페’ 찾기

임현지

hj@segyelocal.com | 2019-11-04 11:13:08

백화점 첫 주말 코리아세일페스타 풍경…‘최대 행사? 글쎄요’
▲신세계그룹은 지난 2일 ‘대한민국 쓱데이’를 통해 의류 행사를 진행했다.

 

[세계로컬타임즈 글·사진 임현지 기자] “본사에서 내려온 공지가 없어서 모르겠네요.”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를 위해 70% 세일을 진행한다던 백화점의 한 의류 매장 직원은 해당 행사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브랜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행사라는 말뿐 코세페와 연관 짓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아니요, 저 브랜드와는 상관없어요.” 
다른 백화점의 한 의류 브랜드 매장도 마찬가지. 팻말에 동일한 행사 내용을 붙여놓고도 해당 브랜드가 별도로 진행하는 자체 행사라고 고객에게 소개하고 있었다. 
국내 최대 쇼핑 축제인 ‘코세페’가 지난 1일 막을 올렸다. 사상 처음 민간주도로 펼쳐지는 올해 코세페는 650여 개 유통·제조·서비스 업계가 참여해 업체별 특색 있는 행사를 자율추진한다. 
백화점업계는 개막을 코앞에 둔 시점까지 참여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결국 합류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행사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5회째를 맞는 코세페는 매년 지적을 받았던 ‘통일감’이 여전히 부족한 모습이었다.

 

신세계백화점은 ‘대한민국 쓱데이’, 롯데백화점은 ‘블랙 페스타’, 현대백화점은 ‘코리아 현대 페스타’ 등 참여하는 업체마다 행사 이름과 기간이 제각각이다. 모두가 코세페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인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행사인지 알기 어려웠다. 


이는 백화점 외에 마트나 편의점, 헬스&뷰티, 온라인 등 다른 유통업태도 비슷한 상황이다. 행사 이름에 ‘블랙·십일절’ 등의 단어를 사용해 코세페보다는 다른 글로벌 쇼핑 행사를 떠올리게 했다. 
코세페 인식 삼각반응 ‘글쎄요·아니요·몰라요’
2일 방문한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에서는 ‘대한민국 쓱데이’를 진행하고 있었다. 쓱데이는 백화점과 이마트, SSG닷컴 등 그룹 18개 계열사가 2일 단 하루 동안 진행하는 초특가 행사를 의미한다. 
그러나 해당 행사 광고에는 11월 1일부터 10일까지 ‘신세계 그룹이 만든 대한민국 쇼핑데이!’라는 문구도 함께 포함돼 있어 코세페와의 연관성이 모호했다. 직원들도 이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했다. 
한 여성의류 판매 직원은 “쓱데이가 코리아세일페스타와 관련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라며 “현재 보고 있는 의류 행사는 우리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보다 사람이 많은 상태냐는 질문에 이 직원은 “글쎄…보통 주말과 차이가 없다”라고 답했다.

 

 

▲지난 3일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코세페와 별도로 진행하는 ‘창립 40주년 롯데, 캐시미어&코트 페어’.

롯데백화점은 코세페 관련 행사인 ‘블랙 페스타’를 7일까지 진행한다. 그러나 백화점 40주년 행사가 함께 열리면서 코세페가 묻히는 느낌이다. 지하철과 연결되는 백화점 입구에는 ‘창립 40주년 롯데, 캐시미어&코트 페어’가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내부 곳곳에서도 40주년과 관련한 행사가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블랙 페스타는 광고판만 붙어 있을 뿐 정확히 어떤 브랜드가 참여하는지는 알기 어려웠다. 보도자료 속 ‘영 패션 빅 브랜드 패션 페어’ 행사는 8층에 마련돼 있었으며, 이 역시 블랙 페스타 행사인지는 파악이 어려웠다. 


행사 의류를 판매하는 한 직원은 “이 행사는 이미 정해져 있는 행사”라며 “블랙 페스타 때문에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초특가·파격가’ 백화점엔 없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4일까지 10층 문화홀에서 ‘진도모피 패밀리 세일’을 펼치고 있었다. 최초 판매가 보다 20~60% 할인된 가격이지만 100만 원 대에서 300만 원 이상의 고가로 형성돼 있어 초특가를 기대하는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행사장 역시 고객보다 직원이 많은 분위기.

 

▲‘코리아 현대 페스타’를 통해 ‘진도모피 패밀리 세일’이 펼쳐지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롯데백화점 잠실점 8층에 마련된 ‘영 패션 빅 브랜드 패션 페어’의 팻말에는 10만 원대 코트를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걸려있는 의류에 책정된 가격은 20만 원에서 40만 원이 훌쩍 넘었다.


적혀있는 10만 원대 코트는 어디에 있느냐고 직원에게 문의하자 제품을 한참 찾던 직원은 다른 직원과 상의 후 “해당 가격대 제품은 모두 나가고 없다”라고 알려왔다. 
행사를 둘러보던 한 주부는 “택에 적힌 가격에서 할인해주는 줄 알았는데 택 가격 그대로다”라며 “이 가격으로는 저렴하다고 느끼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는 1년 동안 발생한 재고를 11월 한 달에 싹 판매하는 행사라면 코세페는 재고보단 이월 상품이나 현재 판매 상품에 치중하는 만큼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기 어렵다”라며 “소비자와 제조업체가 블랙프라이데이·광군제를 더 기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백화점이 이번 코세페에 참여하며 내세웠던 경품 이벤트 또한 응모가 쉽지 않았다. 온·오프라인을 동시에 활용해야 하고 간편 결제 서비스까지 이용해야 추가 적립금을 받을 수 있어 연령대가 높을수록 이를 활용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신세계백화점 내부에는 ‘FESTA GO(페스타 고)’가 진행되고 있었다. 전광판 속 QR코드를 통해 배지를 모으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증정하는 행사다. 하지만 해당 광고는 글씨가 작고 절차가 복잡해 한 눈에 알아보기 어려운데다 다른 행사 광고와 수시로 교체되고 있어 참여 자체가 쉽지 않아 '말로만 경품'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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