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키우는 전통, 노들섬 ‘ㅊㅊ-하다 페스티벌’ 개최
유기호 기자
pin8275@naver.com | 2025-11-18 13:14:52
[세계로컬타임즈] 전통공연예술을 앞세운 청년 중심 축제 ‘ㅊㅊ-하다 페스티벌’이 올해 가을 서울 노들섬에서 열린다. 전통이 ‘어렵고 먼 것’이 아니라, 청년이 직접 기획하고 즐기는 새로운 한류 콘텐츠가 될 수 있는지 시험대에 오른다.
‘2025 제5회 ㅊㅊ-하다 페스티벌’은 2025년 11월 19일(수)부터 22일(토)까지 나흘간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에서 진행된다. 수·목·금요일은 오후 7시 30분, 토요일은 오후 5시 30분에 막을 올리며, 무용·기악·성악·연희를 하루 한 장르씩 집중 조명한다. 관람시간은 인터미션 없이 약 90분 동안 진행된다.
축제 슬로건은 “청년이 청-하다, 청춘이 채-우다”다. 기획 의도는 분명하다. 전통예술을 기성 원로 위주의 무대에서 꺼내, 청년 예술가와 청년 관객이 함께 만드는 ‘자기 세대의 공연 문화’로 옮겨 심겠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구조도 이를 뒷받침한다. 축제 측은 전 장르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이어가다 ▲넘어서다 ▲벗어나다를 내세운다. ‘이어가다’는 산조, 판소리, 정가, 궁중무용, 풍물굿 등 원형에 가까운 전통 레퍼토리를 온전히 계승하는 무대다. ‘넘어서다’는 전통 어법을 바탕으로 새로운 구성과 해석을 시도하고, ‘벗어나다’는 장르 경계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와 실험을 통해 전통을 동시대 언어로 다시 쓰는 공연이다.
일정별로 보면 19일에는 전통 궁중무·민속무를 기반으로 한 무용 공연과 청년 안무가들의 창작 무용이, 20일에는 가야금·대금 산조와 경기대풍류, 청년 연주자들이 새롭게 편성한 합주곡이 무대에 오른다. 21일은 판소리·정가·민요 등 성악 레퍼토리와 현대적 편곡이 어우러지고, 22일에는 풍물·탈춤·무속 연희와 창작 연희가 어울리는 ‘흥의 장’이 펼쳐진다.
축제는 단순한 무대 나열에 그치지 않는다. 기간 중 라운드테이블과 토크 프로그램을 마련해 청년 예술가, 관객, 기성 전문가가 함께 전통공연예술의 방향성과 산업적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도 연다. 전통예술 생태계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전통문화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소비하는 이른바 ‘힙트레디션(Hip+Tradition)’ 흐름이 확산되는 것도 이 축제가 주목받는 이유다. 궁궐·풍속화·전통 문양을 활용한 굿즈와 패션, 한복·국악을 결합한 콘텐츠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전통은 더 이상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BTS의 경복궁 무대 공연처럼 전통 이미지가 글로벌 팬덤과 만나 한류의 새로운 자산이 되는 사례도 이미 등장했다.
‘ㅊㅊ-하다 페스티벌’은 이 흐름 속에서, 기성세대가 아닌 청년 예술가가 기획·연출·출연까지 맡는 전통공연 축제로 자리매김을 노린다. 무대미술·조명·영상 등에서도 청년 감각을 반영해, 전통공연을 ‘박물관 속 무형유산’이 아니라 라이브 클럽·페스티벌처럼 즐길 수 있는 무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청년 관객 역시 단순 관람객을 넘어 토크,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비평가·기획자·후원자로서 전통예술 생태계에 들어오는 통로를 갖게 된다.
축제 측은 이를 “K-팝, K-드라마에 이어 전통공연예술을 기반으로 한 ‘K-전통(K-Tradition)’ 한류의 실험장”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전통공연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청년이 주도하는 동시대형 전통축제는 아직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기획자 송은진감독은 축제의 방향을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기성세대가 정해놓은 형식 안에서 전통을 보존하는 축제가 아니라, 청년이 무대 위와 객석에서 동시에 주체가 되어 전통을 자신의 언어로 말하고 즐기며, 그 과정 자체가 새로운 한류로 확장되는 살아 있는 판입니다.”
‘ㅊㅊ-하다 페스티벌’은 전통예술을 전공한 청년뿐 아니라 국악·전통무용·연희를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도 열린 축제다. 노들섬 강변 야경을 배경으로 소리와 몸짓, 리듬을 온몸으로 느끼는 경험은, 청년 세대가 우리 문화를 새롭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축제를 주최·주관하는 ㈜더원아트코리아는 이번 5회를 발판으로 ‘청년이 전통을 멋있다고 말할 수 있는 무대’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겠다는 목표다.
세계로컬타임즈 / 유기호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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