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우울한고령층 위한 ‘약 복용법’ 따로 있다

김수진

neunga@naver.com | 2018-02-27 13:22:31


[세계로컬신문 김수진 기자] 100세 시대다. 누구나 무병장수를 꿈꾸지만 현실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각종 질환을 극복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먹는 약의 종류가 늘어나면서 궁금증도 많아지는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확한 답을 찾기란 오히려 쉽지 않다. 약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올바른 복용법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령층을 위한 정리한 불면증, 우울증의 올바른 정보와 복용법을 소개한다.

◆ 불면증은 어떤 질환?
머리만 베개에 대면 잠이 든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쉽게 잠이 들지 못해 고통스러운 밤을 보내는 이도 있다. 매일 저녁 술을 마시고 지친 다음에야 잠이 들기 때문에 오랫동안 술을 마시다가 술에 중독되는 이도 있다.
불면증은 잠이 들기 힘들거나, 자다가 깨서 잠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거나, 너무 일찍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는 증상을 말한다. 이런 상태가 3주 이상 지속될 경우 임상적으로 불면증 진단을 내리고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만성 불면증으로 분류한다.
잠을 부르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몸에서 잘 만들어지지 않으면 수면장애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증상은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기도 하는데 이는 55세 이후가 되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나이든 어르신들이 새벽에 잠이 깨어 방을 서성거리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수면장애 진료인원은 2012년 35만 8838명에서 2016년 49만 4915명으로 증가했다. 4년간 37.9%가 늘었다.


●생활습관을 고쳐야
불면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불면증의 원인을 제거와 함께 생활습관을 교육해 수면의 질을 개선하거나 수면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을 없애는 등 여러 가지 비약물치료를 적용한 후 효과가 없을 경우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불면증 치료를 위해 국내에서 수면제로 허가받은 약물은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대표적인 전문의약품으로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인 트리아졸람과 비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인 졸피뎀 등을 들 수 있다.

이 약물들은 뇌 중추신경의 GABA(γ-aminobutyric acid) 수용체에 직접 작용해 신경전달을 촉진하면서 수면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이들 약물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므로 의존성과 중독을 일으키므로 사용 시 특히 주의해야 하며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 엄격하게 취급, 관리되고 있다. 또 장기복용 시 심리적 의존성의 위험성이 있어 약물에 따라 3~4주 이상의 지속적인 사용은 권고하지 않는다.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총 수면시간을 증가시켜 환자가 느끼는 주간의 불편감을 줄이며 불면증의 단기치료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인지기능 저하, 낙상, 엉덩이뼈 골절 위험의 증가와 관련되어 있다고 보고되고 있으므로 사용 시 주의해야 한다.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는 약물이 효과를 나타내는 시간이 매우 빠르므로 잠들기 어려운 불면증에 더욱 효과적이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취침 직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약물 복용 시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을 하고 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수면운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하며 이런 증상은 알코올이나 권장용량을 초과하였을 때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졸피뎀의 운전 등 활동과 관련한 위험성 때문에 1회 치료기간을 최대한 4주로 제한하고, 고령자 및 쇠약한 환자 등에 대한 권장량도 낮추도록 했다.

이외에 전문의약품으로는 멜라토닌 수용체 작용약물이 있다. 국내 허가받은 멜라토닌 의약품은 서서히 방출되어 체내에서 혈중 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개선한 제제이므로 복용 시 씹거나 부수지 않고 복용해야 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한편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는 항히스타민제 약물인 디펜히드라민이나 독실아민이 있다. 본래 항히스타민제는 콧물, 비염, 가려움증 등의 알레르기 증상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초기에 개발된 항히스타민제 중에는 부작용으로 졸음을 유발하는 성분들이 있어 이를 역으로 이용해 수면을 도와주는 약물로 개발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제품이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라고 해서 함부로 복용해서는 안되며 복용법, 용량 등을 의사, 약사와 상담 후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항히스타민제 약물은 보통은 하루 1회 잠들기 30분 전에 복용하며, 가장 낮은 용량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다음 날까지 졸음이 지속되거나 낮은 신체 운동성, 몽롱한 시야, 목마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협심증, 부정맥, 녹내장, 전립선 비대증, 배뇨곤란, 호흡곤란 등이 있는 환자는 복용을 주의해야 하며 복용량을 초과하면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권장용량을 복용해야 한다.

이들 약물을 복용하는 동안에 다른 수면제, 감기약, 해열진통제, 진해거담제, 다른 항히스타민제와 함께 복용하면 과도한 진정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이미프라민계 항우울약이나 항파킨슨약과 병용 시에는 요로폐색, 변비 등의 부작용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약물을 처방받 을 때에는 의사와 상담하도록 한다. 이들 약물은 일시적 불면증을 해소하기 위하거나 불면증 치료의 보조제로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장기간 복용해서는 안 된다.

불면증에 사용하는 약물들은 의존성, 내성, 금단 증상 등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의사, 약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여 복용하는 것이 필요하며 건강한 수면을 위해서는 약물치료에 의존하기보다 생활습관 개선 등 기본 원칙을 세워 꾸준하게 노력하는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함을 기억하자.


◆ 노년기의 병, 우울증

현대사회에서 노년기에 사회적, 경제적 상실로 인해 걸리기 쉬운 질환이 우울증이다. 일반적으로 65세 이후에 진단되는 우울장애의 경우에 ‘노인 우울증’ 또는 ‘노년기 우울증’이라고 한다. 65세 이상 어르신 1만 452명을 대상으로 2014년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의 1/3이 우울증상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울증 환자의 자살 위험이 일반인의 41배라는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조사결과를 고려하면 우울증이 더 심각한 상황인 자살충동으로 번질 수 있으므로 몹시 심각한 사회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울증 증상
우울증 환자는 일반적으로 우울감·무기력감·불안·흥미의 저하·식욕장애·수면장애 등을 나타낸다. 하지만 노년기에는 자신의 우울증상 등 심리적인 상태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다른 신체 증상을 주로 호소하는 ‘가면성 우울’이 흔하다. ‘가면성 우울’은 두통·어지럼증과 같은 신경학적 증상, 목·어깨·허리 통증과 같은 근골격계 증상, 불안·불면증·가슴 두근거림과 같은 생리적 각성 증상, 구역질·소화불량·과민성 대장증상 같은 위장관계 증상, 잦은 배뇨나 불편감 같은 비뇨기 증상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이유로 치매와 같은 다른 만성질환 등과 혼동되는 경우도 많아 초기에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한 노인 우울증의 정확한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

●약물 치료방법
우울증의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우울증 환자의 대부분에서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아세틸콜린과 같은 뇌신경전달물질의 양이 정상인보다 낮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우울증 치료제의 대부분은 뇌 안에서 이들 신경전달물질의 양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통해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1세대 약물로 알려진 삼환계 항우울제는 신경전달물질을 수용하는 물질(수용체)을 차단, 신경전달물질이 신경 말단으로 다시 흡수되는 것을 방지, 효과를 나타내는 약물이다. 강력한 항우울 작용을 보이나 기립성 저혈압·빈맥과 같은 심혈관계 부작용 및 입 마름·변비·인지기능 저하·헛소리 등의 항콜린성 부작용이 심하다. 아미트립틸린, 노르트립틸린 등의 의약품이 이에 해당한다. 노인환자에게 삼환계 항우울제를 사용 시에는 비교적 부작용이 약한 노르트립틸린의 사용이 권장되며 이러한 부작용이 있음을 안내해 부작용 발생 시 전문의와 상담할 수 있도록 한다.

2세대 약물은 선택적으로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억제, 뇌에서 세로토닌의 작용을 강화시켜 효과를 나타내는 약물로 파록세틴, 플루옥세틴, 설트랄린 등이 있다. 이는 항콜린성 부작용, 심혈관계 부작용 및 진정작용이 적어 노인환자에서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으며 노인 우울증 환자에서 관찰되는 신체증상 및 불안증에도 사용되고 있다. 세로토닌에 작용하는 약물이다 보니 설사·빈맥·떨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세로토닌 증후군이나 운동마비·심한 근육강직·혈압변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신경이완제 악성 증후군 등 중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또 골절 위험에 관한 보고가 있으므로 이 약을 복용하고 있는 노인 환자의 간호 시 골절의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 플루옥세틴의 경우 체내 머무는 시간이 길고 과도한 중추신경계 흥분 및 수면주기장애를 나타낼 수 있으므로 어르신이 매일 복용하는 경우 주의한다.

3세대 약물은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에 동시에 작용하는 약물로 벤라팍신과 데스벤라팍신이 해당된다. 신경말단에서 다시 흡수되는 것을 강력하게 차단해서 작용하며 노르에피네프린보다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5배 정도 더 강하게 차단해 항콜린 부작용 및 심혈관계 부작용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2세대 약물과 같이 세로토닌에 작용하므로 세로토닌 증후군이나 신경이완제 악성 증후군 등의 부작용은 여전히 나타난다. 또 이 약은 혈압의 지속적 상승을 유발하므로 이 약을 투여받는 동안 정기적인 혈압 측정이 필요하다. 그 외에 흔히 사용되는 약물로 MAO(Monoamine oxidase) 억제제인 모클로베미드 등이 있는데 이 약은 노르에피네프린·세로토닌·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이 분해되는 것을 차단해 이들의 작용을 강화해서 효과를 나타낸다. 이 약의 복용 시 치즈·적포도주·닭의 간·청어·피클·된장 등과 같이 티라민 성분이 다량 함유된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경우 혈압이 상승될 수 있으므로 고혈압 환자의 경우 이를 주의하도록 한다.

● 관심 가지고 살피는 것이 중요
노인 우울증의 완치율은 80% 이상이다. 이는 초기에 우울증을 찾아내고 적절한 치료를 했을 때 가능한 수치이다. 이제 노인 우울증을 노년기에 찾아오는 당연한 현상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가족들이 관심을 갖고 노인이 호소하고 있는 신체적 불편함의 신호가 우울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항상 살펴보도록 하자. 빠른 진단 및 적절한 치료가 최선의 방법임을 잊지 않도록 해 더 심각한 상황으로 번지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가족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