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코로나19 시대…관광‧여행업계 ‘명과 암’
김영식
ys97kim@naver.com | 2021-03-23 14:34:53
백신여권 도입되나…보복소비조짐 본격화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창궐 1년이 훌쩍 넘은 시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업종으로 국가를 막론하고 관광‧여행업계가 꼽히고 있다. 세계 대부분 나라가 바이러스 전파를 우려해 국경을 막아세운 탓이다.
국내 역시 이같은 감염병 피해를 면치 못 한 가운데 중소기업의 연쇄적 파산이 가시화됐다. 특히 대기업마저 인력감축 포함 구조조정 등 고강도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는 있으나 역부족인 상황으로 업계 전반이 초토화된 상황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두려움이 관광‧여행에 소비자 지갑을 닫게 했고, 이는 업계 절망감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재원이 한정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정부 지원에도 사실상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로 백신 접종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퇴치의 유일한 길로 평가되는 백신 접종이 세계적으로 가속화함에 따라 관광‧여행업계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움직임도 분주해지는 모습이다.
최근 항공사별 국내선 증편 및 무착륙 비행 도입과 유통업계에서의 코로나19 종식을 전제로 한 해외여행 상품 사전 판매 등이 이뤄지고 있다. 물론 이같은 대처는 ‘고육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으나 최근 논의 중인 ‘백신여권 도입’과 소비자 사이 기정사실화된 ‘보복소비 심리’는 업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관광‧여행이란 업종 특성상 유관산업 간 더욱 긴밀히 얽혀있는 만큼 큰 틀에서의 대폭적인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근본적으로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철저한 방역조치가 확보된 상태에서 소비자들의 관광‧여행이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업계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모두투어는 최근 업계 3위 자유투어를 시장에 내놨다. 지난 2015년 인수 이후 6년 만에 일이다. 모두투어의 2020년 매출액은 연결 기준 548억 원으로 전년 대비 81.6% 급감했으며, 영업손실도 212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관광‧여행업계는 지난 1년간 고용유지지원금 등 혈세를 투입한 정부 지원으로 근근이 버텨왔다. 그럼에도 생존 한계에 직면했다는 푸념은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으며, 더욱 강화된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아우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가 재정의 한계가 있는 만큼 이런 정부의 ‘언 발에 오줌누기식’ 정책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많아봐야 고작 수백만 원에 불과한 일시적인 금액 지원만으로는 업계 전반에 드리운 그림자 전체를 거둬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영국을 시작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국민 절반 이상의 접종이 이뤄진 국가도 속속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백신여권 도입’을 둘러싼 글로벌 논의 역시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백신여권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소지한 사람에 한해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백신 접종률을 기록 중인 이스라엘은 현재 ‘그린패스’라는 이름의 접종 증명서를 발급해 문화·체육행사 참석을 허용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중국도 ‘국제여행 건강증명서’를 만들어 다른 국가와의 상호인증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미국이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미 유력매체인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백신여권 도입은 미국이 일상생활로 더 빨리 복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경제활동 재개를 위해선 코로나19 면역이 담보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백신 접종자와 비접종자 간 구분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백신여권이 접종자들의 다중실내시설 이용을 더욱 안전하게 조성할 것이라 전망했다. 백신여권처럼 일괄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면 개별 레스토랑 등 실내시설 이용에 대한 백신접종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그러나 국제보건기구(WHO)의 앞선 우려대로 백신 부국과 빈국 간 불평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코로나19 백신의 예방률이 100%가 아닌 만큼 추가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방역심리를 느슨하게 해 또 다른 확산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 상황이다. 현재 우리 정부가 관련 검토에 조심스레 접근하는 이유다.
이런 국민들의 여행 보복심리는 최근 항공사들의 잇단 ‘무착륙 관광비행’ 상품 도입의 성공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특히 호텔이나 면세점 등 연계산업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사실 무착륙 관광비행은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항공‧여행 업계가 내놓은 고육지책으로, 사업 초반만 하더라도 기존 업계 예상대로 탑승률 50%조차 채우지 못 할 만큼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국내 3차 유행 등 코로나19 장기화가 지속되자 저가항공사는 물론 대한‧아시아나 등 대형항공사까지 관련 상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탑승률은 현재 80~100%로 훌쩍 뛴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상품은 면세점 이용도 가능해 업계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다.
아직 국내에선 백신여권 사안은 수면에 가라앉아 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백신접종 시작과 더불어 ‘트래블 버블’ 관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인 가운데 여행심리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대한항공‧하나투어 등 항공‧여행 관련 주가 또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관련 업계‧전문가들은 여전히 국내 코로나19 유행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철저한 방역을 전제로 한 관광‧여행산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섣부른 방역심리 완화가 자칫 4차 대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방역당국의 감염병 관리 및 국회 차원의 업계 지원 방안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도래하게 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삶의 질을 한 차원 더 높이기 위해서는 관광‧여행산업 발전이 필수인 만큼 전 사회적인 고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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