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페이’ 오명?…부산국제영화제, 열악한 노동실태 폭로
김영식
ys97kim@naver.com | 2018-10-19 14:49:15
여타 영화제 역시 현장 노동자들을 상대로 이른바 ‘열정페이’ 수준의 저임금 등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내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용득(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청년유니온은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영화제 스태프 노동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부산국제영화제 체불임금 지급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청년유니온은 영화제 스태프 노동실태제보센터를 9월 1일~10월 18일 기간 운영해 온라인 설문, 전화 및 대면인터뷰를 통해 영화제 현장의 노동실태에 대한 제보를 받았으며, 이 의원실은 올해 전국에서 열린 영화제의 스태프 근로계약 292개를 입수해 전수 분석했다.
이 결과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시간외 근로’ 등에서 발생한 체불임금은 약 1억2,4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화제 VIP만을 위한 행사에 투입된 예산은 이를 뛰어넘는 1억8,700만 원 수준이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제보자 34명은 영화제 개최 전 한 달 동안 일평균 13.5시간을 근무했지만 이에 따라 발생한 시간외 수당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받지 못한 경우가 34명 중 30명에 달했다.
문제는 이 같은 ‘공짜 야근’ 관행이 영화제 전반해 만연해 있다는 점이다. 이 중에는 단기계약을 위한 쪼개기 계약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부산영화제 스태프로 일한 A씨는 “시간외 수당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영화제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네가 사인했으니 그대로 일하거나, 그만두거나 둘 중에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네가 사회 초년생이라 잘 모르는 모양인데) 여기가 다른 곳보다는 낫다”라거나 “너도 일 많이 배우지 않았냐”, “너 하나쯤은 줄 수 있지만 너 하나 주기 시작하면 일이 커져서 안 된다”는 등의 말들도 들었다고 폭로했다.
쪼개기 계약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또 다른 스태프 B씨는 “자취하는 영화제 스태프들이 모여서 다 그 이야기를 하더라, 영화제 개최가 임박하면 안 그래도 일이 많은데, 다음에 일 할 영화제 지원서를 쓰고 있다. 이런 고민들을 끊임없이 한다. 그래서 영화제 개최가 임박하면 업무 스트레스도 있지만, ‘이게 끝나면 날 뭘 해야 되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은 “제보자 34명의 근로계약 97개 중 87.6%가 짧은 계약기간으로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하는 상태”라며 “평균연령 28.1세인 이들 청년은 영화제에서 단기고용과 ‘공짜야근’으로 소모품처럼 사용되고 영화제가 끝나면 해고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과 청년유니온은 영화제 스태프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임시직 스태프 고용기간 7~8개월 수준 확대 ▲특별근로감독을 통한 현장의 임금체불 근절 ▲지방자치단체의 영화제 관리‧감독 및 그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 도입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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