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발전‧CJ대한통운 등 ‘위험의 외주화’ 비난 목소리↑

김영식

ys97kim@naver.com | 2018-12-14 14:51:42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사망사고…시민 공분 고조
▲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비정규직 사망사고를 계기로, '위험의 외주화' 사안에 대한 국민 공분이 치솟고 있다.(사진=한국서부발전 홈페이지 갈무리)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이미 오랜 기간 우리사회 시한폭탄으로 지목돼온 ‘위험의 외주화’ 사안에 대해 최근 CJ대한통운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에 이어 한국서부발전의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고(故) 김용균 씨 관련 사연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여론 공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2015년 강남역 정비노동자, 2016년 구의역 정비노동자, 2017년 삼성중공업 크레인 하청업체 노동자 등 사망사고가 끊이질 않으면서 원‧하청 간 불공정한 노동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는 그간 줄기차게 이어져 왔다.

노동자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의 외주화’ 사안에 정부‧국회 책임론이 강력하게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참여연대, “이미 예견된 ‘위험의 외주화’ 병폐…정부‧국회는 책임 져야”


시민사회단체 참여연대는 14일 논평에서 “계속되는 ‘위험의 외주화’, 예견된 비극 막지 못한 국회와 정부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며 “국회는 조속히 노동안전 입법을 추진하고, 정부는 고용노동행정개혁위 권고 이행 등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끝없이 되풀이돼온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사망사고는 사고 당시 원청 차원의 보상과 대책마련만이 ‘반짝’ 이뤄졌을 뿐 정부나 국회 차원의 문제해결에 대한 근본적 대안 모색이 부실했다는 지적은 꾸준히 이어졌다.


참여연대는 이 같은 참사들이 반복되고 있는 배경으로 각 기업이 오로지 이윤을 극대화하고 단기 성과만을 높이기 위해 위험을 외주화했다는 데 주목하는 한편, 이를 방관해온 정부‧국회의 안일한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현재 산업안전보호 입법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노동안전을 위한 행정 조치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결국 발전소 노동자의 죽음은 예견된 비극이었던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와 국회가 잇단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지 못한 책임을 인정하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노동안전 법안을 입법화하고 행정 조치를 조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안전보건공단 지난해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원·하청 통합 사고사망 만인율(근로자 10,000명당 발생하는 사망자 수의 비율)은 원청 사고사망 만인율 대비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심지어 상주하청업체의 산재 사망의 경우 원청와 비교하면 8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국회에선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처 의무를 강화하고,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위험 작업에 대해 사내 하도급 사용을 금지하는 등 노동자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멈춰있는 상태다.


참여연대는 “노동자의 생명권은 결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정부는 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사후약방문’식으로 해당 사업장에 특별감독을 실시할 뿐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정조치에 나서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현재 서울 광화문 등지에 마련된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김 씨의 분향소에는 또 한 명의 안타까운 ‘위험의 외주화’ 희생자를 애도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원청 꼼수에 정부나 국회 차원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촛불집회 등도 잇따라 열리거나 계획 중인 상태다.


위험한 업무나 사고 책임을 원청이 아닌 사실상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두 떠안고 있는 현실에 대한 시민 공분이 이번 김 씨 사망을 계기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김 씨는 생전에 이미 이 같은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 노조 캠페인 등을 통한 공론화 노력을 기울여온 노동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시민들의 문제 의식은 더욱 깊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서부발전 ‘안전불감증’…태안발전소 하청노동자 8년 간 12명 사망


앞서 태안화력발전소의 원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은 이번 김 씨 사망사고에 대해 ‘정규직 직원도 혼자 돌아다니면서 점검을 하고 있다’고 말해 개인 부주의에서 비롯된 사고였다는 식으로 여론에 읽히면서 뭇매를 맞은 바 있다.


특히 김 씨가 소속된 하청업체가 올 한해 28번에 달하는 발전소 시설 개선을 요구했음에도 한국서부발전은 작업 시설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모두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각한 안전불감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같은 한국서부발전의 안전불감증은 지난 8년 간 태안발전소에서 숨진 하청노동자가 총 12명에 달한다는 사실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참여연대는 “돌아가신 김 씨 스스로 생전에 불법파견 책임자에 대한 처벌, 정규직 전환 시 직접고용 요구 등을 주장하는 캠페인에 함께했지만 제대로 입법적, 행정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또 다시 황망한 사고의 희생자가 됐다”고 말했다.


캠페인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을 소망했던 김 씨는 결국 지난 11일 발전소 내 컨베이어 벨트에 협착되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2인 1조 근무’ 등 기본적 안전수칙만 지켜졌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로, 비용절감만을 고집하는 ‘위험의 외주화’ 사안의 전형적 패턴이란 지적이 나온다.


또한 참여연대는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와 국회는 그제서야 앞다퉈 관련 입법과 대책을 내놓지만 시간이 지나 관심이 사라지면서 제도개선은 유야무야되는 행태가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늦어도 너무 늦었다”면서 “국회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정부는 고용노동행정개혁위의 권고를 적극 이행하는 등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행정적 조치를 적극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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