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서 성명서 발표▲ 고 이선균 사망 사건 관련 문화예술인들의 기자회견이 12일 열린 가운데 봉준호 영화감독(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자리하고 있다.(사진=연대회의)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지난해 12월 27일 이선균 배우가 생을 마감한 가운데 29개 문화예술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된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칭·이하 연대회의)가 12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이선균 방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 송강호 외 2천여 문화예술인 연명 연대회의는 고(故) 이선균 배우의 안타까운 죽음을 마주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들은 ▲수사당국 관계자들의 수사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 ▲언론의 자정 노력과 함께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 요구 ▲문화예술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 제개정 등을 요구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소속 장원석 대표는 “고(故) 이선균 배우의 장례 기간 내내 방송, 영화, 음악 등 연예계를 총망라한 많은 분들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방송, 영화, 음악 등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제 단체들이 연명에 동의했다. 이는 이러한 비극적인 일이 다시는 발생해선 안 된다는 깊은 공감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서 발표에는 29개 문화예술 관련 단체와 송강호 배우를 비롯한 2,000여 명의 문화예술인들이 연명에 함께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과 윤종신 가수 겸 작곡가, 이원태 감독, 김의성 배우,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최정화 대표, 한국독립영화협회 고영재 대표, 영화수입배급협회 정상진 대표,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정상민 부대표,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이주연 대표, 여성영화인모임 김선아 대표, 한국영화감독조합 민규동 대표,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송창곤 사무총장,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배대식 사무총장, 한국연예제작자협회 김명수 본부장, 한국영화감독조합 장항준 감독, 여성영화인모임 소속 곽신애 대표, 한국영화프로듀서 조합 소속 장원석 대표 등이 참석했다. ▲ 봉준호 감독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사진=연대회의) 연대회의는 특히 경찰·언론이 “인격 살인”을 자행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19일 한 일간지의 ‘배우 L씨의 마약과 관련한 정보를 토대로 내사 중이다’라는 인천시경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최초 보도 이후, 10월 23일 그가 정식 입건된 때로부터 2개월여의 기간 그는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언론·미디어에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이 시약 검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을 위한 시약 채취부터 음성 판정까지의 전 과정이, 3차례에 걸친 경찰 소환조사에 출석하는 모습이 모두 언론을 통해 생중계됐다”며 “사건 관련성과 증거능력 유무조차 판단이 어려운 녹음파일이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그는 19시간의 수사가 진행된 3번째 소환조사에서 거짓말 탐지기로 진술의 진위를 가려달라는 요청을 남기고 스스로 삶의 마침표를 찍는 참혹한 선택을 하게 됐다”면서 “이에 지난 2개월여 동안 그에게 가해진 가혹한 인격살인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수사당국을 향해 “고인의 수사에 관한 내부 정보가 최초 누출된 시점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2개월여에 걸친 기간 경찰의 수사보안에 한치의 문제도 없었는지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보책임자의 부적법한 언론 대응은 없었는지, 공보책임자가 아닌 수사업무 종사자가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자 등으로부터 수사사건 등의 내용에 관한 질문을 받은 경우 부적법한 답변을 한 사실은 없는지 한치의 의구심도 없이 조사해 그 결과를 공개하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연대회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 결과 음성판정이 난 지난해 11월 24일 KBS 단독보도에는 다수의 수사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제공된 것인지 면밀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며 “3번째 소환조사에서 고인이 19시간의 밤샘 수사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한 후인 12월 26일 보도된 내용 역시 그러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언론에 대해서도 “고인에 대한 내사 단계의 수사 보도가 과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을 부각해 선정적인 보도를 한 것은 아닌가?”라며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고인을 포토라인에 세울 것을 경찰 측에 무리하게 요청한 사실은 없었는가? 특히 혐의사실과 동떨어진 사적 대화에 관한 고인의 음성을 보도에 포함한 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연대회의는 “KBS를 포함한 모든 언론 및 미디어는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내용을 조속히 삭제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 윤종신 가수 겸 작곡가가 12일 기자회견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대회의) 연대회의는 정부·국회에도 구체적 요구사항을 남겼다. 이들은 “설령 수사당국의 수사절차가 적법했다고 하더라도 정부 및 국회는 이번 사망사건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형사사건 공개금지와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에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법령의 제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권리 사이에서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수사당국이 법의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연대회의는 “우리의 요구와 질문에 대해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최정화 대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향후 어떠한 사안에 대해 문화예술계 전반이 함께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연대 회의체를 구체화할 예정”이라며 “이번 기자회견에 함께해준 가칭 ‘문화예술인 연대회의’ 내에서 구체화에 대한 방법과 향후 활동에 대한 논의를 이어 가겠다”라고 전했다. 이어 “여러 곳에서 언급되고 있는 속칭 ‘이선균 방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뜻을 같이 하는 모든 단체와 함께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또한 각 단체에서 제시한 여러 의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함께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