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도지사’ 김동연... 경기도 기후정책 전국 확산
박진선 기자
pin8275@naver.com | 2026-03-16 15:40:29
[세계로컬타임즈] 기후위기가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지방정부 차원의 기후 대응 정책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 중심에 경기도가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6일 시흥시에서 열린 ‘기후정책 타운홀 미팅 및 기후행동 캠퍼스 리더 출범식’에서 민선 8기 동안 추진해 온 기후정책의 성과를 결산하며 “경기도는 이미 대한민국 기후정책의 표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도민 참여자와 에너지 협동조합 관계자, 기후테크 스타트업, 탄소중립 추진단원, 대학생 기후행동 리더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경기도의 기후 정책을 공유하고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
특히 김 지사는 스스로를 ‘기후 도지사’라고 소개하며 경기도 기후정책의 핵심 원칙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경기도는 실천한다, 도민과 함께 일한다, 그리고 경기도가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표준이 되게 한다”는 세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정책 의지를 넘어 지방정부가 기후 대응의 실질적인 실험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메시지로 평가된다.
경기도가 제시한 기후정책의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에너지 전환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민선 8기 동안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은 총 1.7GW에 달한다. 이는 화력발전소 1기 또는 원자력발전소 2기에 맞먹는 발전량이다. 이 같은 성과는 단순한 전력 생산 증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경기도는 대규모 발전소 중심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을 강조해왔다. 태양광 발전 확대뿐 아니라 지역 에너지 협동조합과 주민 참여형 에너지 사업을 확대하면서 ‘에너지 민주주의’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기도 기후정책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제도는 기후보험이다. 기후보험은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정책형 보험으로, 경기도는 도 예산을 활용해 도민 1,423만 명 전원을 자동 가입시키는 방식을 도입했다.
특히 이 제도는 세계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기도에 따르면 기후보험은 도입 8개월 만에 약 4만2천 건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더 주목할 점은 지급액의 98%가 취약계층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이다. 이는 기후위기가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피해를 준다는 점을 고려한 정책 설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기후 재난은 폭염·폭우·한파 등으로 나타나며, 취약계층일수록 피해 복구 능력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경기도의 기후보험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지방정부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행사에서 기후정책이 경제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례도 소개했다. 김 지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한 반도체 기업 본사를 방문해 5천억 원 규모의 투자 협약(MOU)을 체결하려 했던 경험을 언급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경기도의 기후 정책을 설명한 직후 투자 규모가 크게 늘었다. 현장에서 1조 원이 추가되면서 최종 투자 규모는 1조5천억 원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기후 정책은 단순히 환경 정책이 아니라 경제 경쟁력과 투자 유치로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기후 정책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와 성장 전략’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접근을 보여준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은 RE100 등 탄소중립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지역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따라서 기후 정책이 기업 유치 전략과 직접 연결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도의 또 다른 대표 정책은 ‘기후행동 기회소득’이다. 이는 시민이 일상에서 탄소 감축 활동을 실천하면 지역화폐 형태로 보상을 지급하는 제도다. 현재 참여자는 167만 명에 달한다. 이 제도는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기후 정책과 차별화된다.
정부가 규제와 정책을 통해 탄소 감축을 유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 행동 자체를 경제적 가치로 인정하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부터는 경기도 소재 대학 재학생까지 참여 대상이 확대됐다.
주소지가 다른 시도에 있어도 경기도 대학에 재학 중이면 참여할 수 있어 청년층 참여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행사에서는 대학생 중심의 기후 행동 조직도 공식 출범했다. ‘기후행동 캠퍼스 리더’는 대학생들이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대표로 선발된 송예린·이동호 씨는 “미래 세대의 책임 있는 주체로서 실천으로 증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조직은 대학 내 탄소 감축 활동, 캠페인, 정책 제안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이를 통해 청년 세대가 기후 정책의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정책 주체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경기도의 기후 정책은 이미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RE100 소득마을’이다. 이 정책은 ‘햇빛소득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확산이 확정됐다.
또한 도민 참여형 정책인 ‘기후 도민 총회’도 ‘기후 시민회의’라는 이름으로 전국 확대가 추진되고 있다. 기후보험 역시 전국 도입이 논의 중이다. 이는 지방정부 정책이 국가 정책으로 발전하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행사에서 향후 기후 정책 방향도 제시했다. 김 지사는 “앞으로도 도민과 함께 경기도가 먼저 실천하고 대한민국 기후 정책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경기도가 단순한 정책 실험을 넘어 국가 기후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폭염, 집중호우, 가뭄 등 이상기후는 이미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지역 단위에서 에너지 전환, 시민 참여, 사회 안전망을 동시에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사례는 이러한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모델이 되고 있다. 경기도의 기후 정책은 단순한 환경 정책을 넘어 경제·사회·복지 정책을 아우르는 새로운 모델로 평가된다.
세계로컬타임즈 / 박진선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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