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詩] 아버지의 잔
홍윤표
sanho50@hanmail.net | 2021-09-19 16:20:55
시인 이오장
아버지의 잔
시인 이 오 장
볏가리 지게질에
허리 굽은 아버지
논두렁에 지게 세워두고
벌컥벌컥 들이 킨 막걸리 사발 속으로
쭉 빨려 들어가는 논바닥
순식간에 들판을 삼킨 아버지
성큼 허리 펴고 일어선다
호미 팽개치고
자동차 운전하는 나는
바닷가 찻집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힘차게
찻잔 바닥까지 들이켜도
바닷물 한 방울 들어오지 않는다
아버지는 지금쯤
하늘까지 마셔버리고
구름 타고 다닐 텐데
내가 얼마나 보잘것 없는지
바닷물 마시는 갈매기가
눈앞에서 어깃장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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