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의 공존?…흡연정책 있으나 마나

김범규

bgk11@segyelocal.com | 2019-05-31 16:40:19

구역 분리 등 비흡연자 간접흡연 피해 막을 실질적 정책에 나서야
▲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이 공존하고 있는 오피스타운의 한 거리 모습. (사진=세계로컬타임즈 DB)

[세계로컬타임즈 김범규 기자] “콜록콜록∼”서울의 오피스타운 거리에서 하루에도 수차례 들을 수 있는 소리다. 


여의도·을지로·종로. 이곳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무실 밀집지역. 그만큼 서울 최대의 유동인구를 차지하는 곳이다.


하지만 빌딩 사이로 서너명씩 무리를 지어 있는 신사복 차림의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다니는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연신 뿜어대는 담배연기 때문.


5월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담배 없는 환경을 위해 제정한 ‘세계금연의날’이다. 하지만 금연의 날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오피스 사이에서 퍼져 나가는 새하얀 연기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흡연이 본인 뿐 아니라 간접흡연으로 타인의 건강도 해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WHO 에서 금연의날을 지정했지만, 오피스타운에서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모양새다. 아니, 금연의 날인지도 알지 못할 수 있다.


사실 사람들이 줄지어 담배를 피는 이곳은 일대에서 유일하게 흡연이 허락되는 구역이다. 즉,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비흡연자의 입장에서는 이 ‘합법적인 흡연구역’이 비합리적으로 여겨질 수 밖에 없다.

 

30대의 한 회사원은 "점심식사 후 소화도 시킬 겸 동료들과 함께 산책 삼아 주변을 거닐곤 한다"며 "이 때마다 함께 들이마셔야 하는 담배연기가 여간 곤혹스럽고 불쾌한 것이 아니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금연을 위한 조치에는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의 소유자·점유자 또는 관리자는 해당 시설의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반전이 있다. '이 경우 흡연자를 위한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즉, 필수로 설치해야 할 금연구역에 흡연구역도 함께 설치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빌딩 사이 좁은 길에 표시돼 있는 ‘금연구역’ 표지판 옆에서도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흡연구역이 사방이 막힌 부스로 돼있는 것이 아니라 금연표지판 옆에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 심지어 빌딩의 화단 펜스옆에 재떨이로 추정되는 종이컵들이 나란히 놓여있어 이곳이 흡연구역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금역구역과 흡연구역의 공존도 문제지만, 보행 중 흡연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도 심각하다. 따라서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은 흡연의 위험으로부터 언제나 노출돼 있다. 


특히 담배연기는 대기에 떠다니는 에어로졸(aerosol)을 생성시키는 한 요인으로, 최대 7일동안 대기에 부유하며 초당 5m의 속도로 일주일이면 수천km를 날아가기도 한다. 


따라서 금연구역 옆에 있는 흡연구역은 국민의 건강을 생각한다는 정부의 정책과 대비되는 것으로 전형적인탁상행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간접흡엽의 폐해가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흡연 관련 연구에서는 직접흡연보다 간접흡연이 신장질환에 더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신장학학회 학술지 3월호에 실린 인하대병원 신장내과팀과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간접흡연에 노출된 사람은 노출되지 않은 사람보다 만성신부전증 발병위험이 1.48배 높았다. 이는 비흡연자 대비 흡연자의 발병위험인 1.37배보다 높은 수치다. 


신장은 우리몸에 있는 노폐물을 걸러 소변으로 배출하고 몸의 체액과 전해질을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게 해준다. 또 조혈호르몬과 비타민D·혈압조절호르몬 생산 등에도 관여하는 필수신체기관이다. 


하지만 신장이 손상될 경우, 무엇보다 위험한 이유는 중기까지 아무런 이상이 없다가 말기에 이르러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초기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것. 

신장질환은 크게 5기로 구분된다. 1~2기때는 증상이 없다가 3기에 이르면 피곤함·식욕부진·빈혈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5기에 이르면 불면증·구토·가려움증·호흡곤란 등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의 증상에 이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신장(콩팥)은 한번 손상되면 다시 회복되기 어렵다고 주의를 강조한다. 


정부에서는 지금보다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금연대책을 내놔야 한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한다면 흡연자의 권리보다 비흡연자의 권리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연구역을 지금보다 더 확대하고, 흡연구역을 금연구역과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뒷사람에게도 간접흡연의 심각한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보행 중 흡연도 철저히 단속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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