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는 계약직 돌려막기 기업”…국민청원 글 등장
김영식
ys97kim@naver.com | 2020-05-14 16:58:21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최근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이 곳에서 일하는 일부 직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 계약직 직원 대다수가 정규직전환 과정에서 사유도 모른 채 퇴사하고 있으며, 이들의 자리는 또 다시 새로운 계약직으로 채워지는 이른바 ‘계약직 돌려막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면, 사측은 ‘정당한 프로세스를 거친 결과’라고 반박했다.
◆ 계약직 23명 중 17명 1차 탈락 “부당”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흑자기업 카카오뱅크의 계약직 돌려막기를 중단시켜주세요’라는 내용의 청원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에 따르면 청원인 A씨는 현재 카카오뱅크 고객서비스파트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지난 2017년 파견직으로 입사해 3년째 회사에 몸 담고 있다.
입사 당시 A씨는 카카오뱅크 공식 오픈 전 소수긴 하지만 몇 명이 정규직 전환되는 사례를 지켜보며 희망을 키웠다고 했다. A씨는 “우리에게는 파견직이지만 카카오뱅크 직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미래를 (회사가) 보여줬다”고 썼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는 일반상담 관련 외주 도급사를 통한 제2 고객센터를 오픈했고, 이 과정에서 전체 인원에 대해 자체계약직 전환 방침을 밝혔다고 A씨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청원인을 비롯한 절반의 파견직원 카카오뱅크 계약직 직원으로 전환, 2년 고용 계약을 맺었다. 정규직은 아니지만 파견직 신분에서 카카오뱅크 소속으로 전환된 셈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A씨는 “시험, 면접을 거치니 절반의 인원이 자체계약직 전환에 탈락해 계약만료가 됐다”면서 “그렇게 1년이 지난 시점 계약직 2년은 하고 그 뒤 정규전환 시 시험 등을 생각했지만 1년에서 2년차 계약연장까지 동료‧리더평가 등등 온갖 시험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1년 만에 계약만료가 된 동료들이 절반에 가까웠다”며 “시험과 평가가 진행은 되지만 공개되지 않아 우리는 동료들이 왜 탈락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던 지난달 2년의 계약기간 종료로 대상자 23명이 정규직 전환이냐 그대로 계약 종료냐는 기로에 섰다고 A씨는 글을 이어갔다. 동일한 방식의 시험과 평가가 시행됐고 전체 23명 중 17명이 1차 평가에서 탈락했다.
이와 관련, A씨는 “(회사로부터) 정해진 TO는 없다, 점수만 나온다면 모두 면접의 기회는 주어지고 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 들었다”면서도 “17명은 면접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계약종료라는 통보를 받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혹시 17명이 업무능력이 부족하거나 다른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17명 전원 카카오뱅크에서 3년을 일한 사람들이며 파견에서 자체계약 전환시 시험‧면접은 물론, 1년차에서 2년차 계약직 연장도 통과한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있었다면 그 이전 절차에서 탈락돼야 옳다”면서 “(이들의) 업무능력이나 조직문화적합도 모두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우리 일자리는 그대로 있는데 그 곳에서 일하게 될 사람만 바뀌는 것”이라며 “우리는 쓰이고 버려지는 소모품이었던 것”이라고 자조했다.
한편,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이전 설명회 등을 통해 관련 사항에 대한 안내를 진행했다”면서 “결과에 대해선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사측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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