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황무성 녹취록’ 파문…‘대장동 의혹’ 새 국면
온라인뉴스팀
news@segyelocal.com | 2021-10-28 08:34:28
이른바 ‘대장동 게이트’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황무성 녹취록’ 파문으로 ‘대장동 게이트’ 사건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배임에 이어 직권남용 논란에 휩싸이는 등 새로운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임기 3년의 절반도 채우지 않은 시점에서 내쫓기듯 물러날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측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녹취록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황 당시 사장은 2015년 2월6일 집무실로 세 번이나 찾아온 유한기 개발본부장으로부터 14차례나 사표 제출을 강요당했다. 황 전 사장이 “(사표를)내주에 내줄게”라고 했지만 유 전 본부장은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다 박살납니다”라고 독촉했다. 그럼에도 황 전 사장이 거부하자 유 전 본부장은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것 아닙니까. 시장님 얘깁니다”라고 했다. 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개입 가능성을 보여주는 뒷받침이 아닐 수 없다.
약 40분 분량의 사표 독촉 녹취록에는 ‘시장님’과 ‘정 실장’이 각각 7, 8차례 등장하고 있다. 황 전 사장은 두 사람을 이재명 후보와 최측근인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현 이재명 대선캠프 총괄부실장)으로 지목했다. 이 후보와 정 전 실장 모두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며 관여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보면 황 전 사장과 유 전 본부장을 ‘박살’낼 수 있는 사람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밖에 없다. 인사권자인 이 시장의 지시 없이, 아랫사람이 사장에게 사표를 종용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그날은 대장동 사업 민간 시행사인 화천대유가 설립된 날이고, 성남도개공이 대장동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를 배포하기 일주일 전이다. 황 전 사장은 대장동 사업의 수익 배분 방식을 놓고 유동규 기획본부장과 대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GS건설 부사장 등 30여년 건설업계에서 일한 황 전 사장은 2014년 성남 도개공 초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2015년 3월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선정 등 현안을 앞두고 돌연 사퇴해 강한 의구심을 불렀다. 만약 성남시 측 인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황 전 사장의 사퇴를 실제 강요했다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 유사한 사례로는 최근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된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들 수 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2017~2019년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받아낸 혐의를 받아 유죄가 인정됐음을 직시해야 한다.
검찰은 좌고우면 없이 실체적 진실 규명과 정의 구현이라는 사건만 보고 신속 수사하며, 여당은 특검을 수용해 국민적 의혹을 엄정하게 밝히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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