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책임 소재 모호 등 개정해야 할 ‘중대재해처벌법’
온라인뉴스팀
news@segyelocal.com | 2022-01-26 09:47:02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의 보완이 요청된다.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기업들의 우려가 크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은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적인 형사책임을 강화한 게 골자다. 법에 따라 1년 이상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중대사고=CEO 처벌' 등식이다.
현대산업개발 광주광역시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가 보여주듯 안전불감증에 따른 참혹한 현장 사고를 막자는 취지에 공감하지 않을 기업은 없다. 하지만 처벌규정이 과도하다는 지적은 법 예고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21년에 발생한 산재 사망자는 828명으로,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으면 수사 대상이 됐을 기업의 경영책임자는 190명에 달한다. 기업들은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으나 모호한 규정이 많아 수사나 처벌 위험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고 호소하고 있다.
예컨대 중대재해처벌법 상 ‘예방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주체’를 꼽을 수 있다. 사업장이나 장소를 '지배'하는 자, '운영'하는 자, '관리'하는 자가 서로 다를 경우 누가 예방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고, 원청이 해야 하는지 하청이 해야 하는지 불명확하다. 법에서 명시한 기업의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의미도 불명확하고, 의무를 지키기 위한 예산 규모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어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 등 기존 산업안전보건관계법 간에 충돌되는 부분도 적지 않아 이를 해결할 구체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사망자 발생 시 책임자에 대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 매겨지는데 비해 중대재해처벌법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이 과해진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처벌 수위가 더 높은 데도 기준이나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처벌에 집중하다보니 중대재해법이 안전관리의 전문성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CEO를 압박할 것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기업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별도 기관을 만들고, 이들을 통해 투명하게 기업 현장의 안전도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몰아붙이기식 기업 규제는 기업은 물론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생존 위기로 몰아넣는 한국경제의 초대형 악재다. 주요 기업집단을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취급하며 규제로 옥죄기만 한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 포스트코로나를 준비해야 하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할 게 불 보듯 훤하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 가치다. 이런 취지에 비춰볼 때 반 기업정서를 바탕으로 한 중대재해처벌법은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반하는 행위다. 산업현장 인명피해를 막고 기업의 안전제도 도입을 장려하자는 취지로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국내외 기업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법 제정과 과도한 처벌 규정으로 시행 이전부터 국내외 경영 현장의 심각한 우려를 사고 있다. 안전사고 예방 취지를 살리되 현실에 맞게 개정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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