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 간판 잇단 ‘황당’ 실격
‘와이파이 터치’ 비판 지속…‘한복 논란’까지▲ 지난 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경기에 앞서 한국 이준서가 황대헌의 실격 처리 방송을 듣고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뉴시스)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어처구니없는 심판 판정은 유일하게 중국 선수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는 등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의 잡음은 폭풍이 돼가는 형국이다. 앞서 한국 쇼트트랙의 맏형 곽윤기는 “바람만 불어도 실격될 수 있다”는 말을 남겼고, 이는 현실이 돼버렸다.
올림픽은 정정당당히 오직 실력으로만 평가받는 스포츠 정신을 통해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만고의 불변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이번 베이징에서의 올림픽 정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는 세계인들의 비난이 속출하고 있다. 오직 편파 판정과 중국 특유의 ‘텃세’만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공정한 경쟁 원칙 훼손 개막 하루 만인 지난 5일(한국 시간) 열린 쇼트트랙 대회 첫 메달부터 베이징올림픽을 둘러싼 잡음은 시작됐다. 이른바 ‘와이파이 터치’ 논란으로 전 세계인의 조롱을 산 것. 이날 중국은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쇼트트랙 2,000m 혼성 계주 결승에서 2분37초348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앞서 중국은 준결승 2조에서 헝가리, 미국에 이어 3위로 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심판진은 장시간 비디오 판독 뒤 미국에 페널티를 주고 중국을 2위로 결승에 올렸다. 계주 준결승에선 각 조 상위 1·2이 팀에 결승행 티켓이 주어진 가운데, 미국·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모두 페널티를 받아 결국 중국이 2위로 결승에 올랐다. 문제는 결승전에서 더욱 심화했다. 결승선을 13바퀴를 남기고 3위를 달리던 중국이 선수를 교대하는 과정에서 ‘터치’를 하지 않았음에도 후발 주자가 출발한 것이다. 런쯔웨이와 장위팅 사이에 ROC 선수가 끼었고, 런쯔웨이는 장위팅이 터치한 줄 알고 레이스를 이어갔다. 경기를 마친 뒤 심판진은 ROC 선수가 중국 진로를 방해했다며 실격 판정을 내렸다. 2위 미국에는 교체 선수가 일찍 레이스 라인(블루 라인)에 진입했다는 이유로 페널티가 주어졌다. 미국의 라이언 피비로토가 교대 상황에서 먼저 진입해 중국 선수 진로를 방해했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주자 교대 상황에서 터치가 없었던 중국에는 페널티를 주지 않았다. 미국 선수 피비로토는 경기 후 “문제없이 스케이트를 탔다”며 실격 판정에 공개적으로 억울함을 드러냈다. 7일에는 ‘쇼트트랙 최강국’ 한국에 대해 텃세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편파 판정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황대헌·이준서가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으로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해당 판정에 힘입어 중국 선수는 3명이나 결승에 진출했다. 그럼에도 중국 선수들은 결승 레이스에서 1위를 차지하지 못했지만, 또다시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나오면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헝가리 선수가 실격 처리, 중국에 금메달이 돌아갔다. 세계기록 보유자인 황대헌은 같은날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준결승 1조 경기에서 1분26초50의 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심판진은 황대헌이 추월하는 과정에서 반칙을 범했다고 판단, 결승 진출권은 중국 선수인 런쯔웨이와 리원룽에 돌아갔다. 지난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남자 1000m와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정수 KBS 해설위원은 “이건 말이 안 된다. 추월은 정말 깔끔하게 들어갔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납득 불가한 실격 상황은 마치 데자뷔처럼 재차 이뤄졌다. 바로 이어진 준결승 2조 경기에서 이준서가 2위를 차지하면서 결승 진출을 확정했지만, 황대헌과 같은 ‘늦은 레인 변경’을 이유로 실격 판정을 받았다. 이준서의 실격으로 중국의 우다이징이 결승에 진출했다.
레인 변경 반칙은 미리 자리를 잡은 선수의 레인을 무리하게 파고들며 플레이를 방해했을 경우 주어진다. 그러나 우리 선수 2명 모두 상대 선수들의 플레이에 지장을 줄 만큼 큰 접촉은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박승희 SBS 해설위원은 황대헌 실격과 관련해 “(추월 장면에서) 황대헌은 아무런 방해없이 앞으로 치고 나갔다”면서 “동일 선상에서 나란히 달리며 상대 선수의 진로를 침범하는 레인 변경 반칙과는 전혀 상관없는 상황이었다”고 분석했다.
중국에만 유리한 편파 판정은 이날 열린 여자 500m 경기서도 이어졌다. ‘반칙왕’으로 불리는 중국 쇼트트랙 여자대표팀 판커신이 경기 도중 손으로 블록(퍽)을 밀어 상대 선수를 넘어뜨리는 황당한 장면이 연출됐음에도 심판진은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판커신은 이날 준준결선 1조에서 결승선을 앞둔 마지막 곡선주로에서 2위를 달리던 캐나다 앨리슨 샤를과 3위 캐나다의 플로렌스 브루넬을 제치기 위해 무리하게 몸싸움을 벌이다 못해 결국 왼손으로 블록을 밀치며 넘어졌지만 결국 준결선에 오르는 ‘기행’을 보이기도 했다. 트위터 등 SNS 속 세계인들의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이미 최악의 올림픽”이라고 적었고, 또 다른 이는 “중국이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주최 측의 편파판정·텃세 속 소위 ‘한복 논란’에 따른 국가갈등 조짐으로까지 번지며 아직 대회 초반임에도 이미 사상 최악의 올림픽으로 남을 것이란 국제사회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정한 경쟁이 당연한 원칙임에도 대놓고 중국 밀어주기에 혈안이 된 이번 올림픽에 과연 올림픽 정신이란 게 있는지 의구심만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