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호 칼럼] 북한의 고립과 단절, 한반도엔 독(毒)이다

온라인뉴스팀

news@segyelocal.com | 2021-07-04 12:52:50

▲한민족통합연구소 회장
북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대화 제의에 선을 긋고 내부결속에만 전념하고 있다. 미국이 조 바이든 정부 초반 내세웠던 강경기조를 조금씩 완화시키며 거듭 대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북한은 남북대화, 북미접촉 모두를 외면하며 ‘선대선 강대강’ ‘대화와 대결’이라는 원론적 메시지만 내놓고 있다.
■한‧미, 대북정책 대화 쪽으로 가닥
한‧미는 워싱턴 정상회담을 통해 그 동안 불투명했던 대북정책을 대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싱가포르 북미협상을 기초로 북한과의 대화통로를 열기로 한 것이다. 북한의 마음을 돌리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과 미국의 유화적 움직임도 있었다. ‘북한비핵화’를 ‘한반도비핵화’로 고쳐 부르고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에 한국계 북한통인 ‘성 김’을 임명하는가 하면 남북교류의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한바 있는 ‘한미워킹그룹’을 종료하기로 하는 등 부단히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내부문제해결이 우선이라며 여전히 빗장을 풀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북한이 대화를 원천적으로 거부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를 언급한 것이나 김여정, 리선권 등 대외라인의 절제된 언행에서도 대결보다는 대화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미국 바이든 정부의 대북접근법이 북한이 원하는 바와는 괴리가 크기 때문에 실리를 따지며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바이든을 향해 과거 트럼프와 같은 톱다운 방식의 일괄타결을 선호하고 있다. ‘적대시 정책 철회’나 ‘대북제재 완화’와 같은 큰 그림을 그리며 새 계산법을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바이든 정부가 내놓은 북핵 해법은 실무자를 앞세운 ‘단계적 실용적’ 접근과 ‘조건 없는 만남’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의 이 같은 태도는 북한으로 하여금 선뜻 대화테이블에 나설 명분을 주기에는 부족하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차가 커 북미대화는 상당기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내부사정 또한 급박하다. 한가로이 회담장에 나가 협상 줄다리기를 할 형편이 아니다.당장 눈앞에 닥친 코로나 방역과 식량부족 등 시급한 현안이 발목을 잡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 제시하는 눈에 띄는 당근도 없을 뿐더러 속전속결이 아닌 미국식 협상방식으로는 북한의 마음을 돌리기에 무리가 따른다. 북한은 지난 달 3차례의 전원회의를 열고 대규모 인사개편을 단행하는 등 대대적인 국가전략 재검토에 돌입해 있는 상태다. 난국타개를 위한 유일한 방편으로 중국과 밀착하며 북‧중 우의다지기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고리로 혈맹을 내세우며 친밀함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 양국 대사나 관료들의 광폭행보는 물론이고 북‧중 정상들까지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G7회의, 한‧미‧일 동맹공조를 통해 압박해 오자 북한이라는 우군이 필요하고 북한 역시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줄 확실한 지원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북한의 가장 다급하고 민감한 문제로 대두된 식량지원, 백신공급, 8월로 예정된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의 수위조절과 같은 현안들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미국 정부의 정책순위에서 뒤로 밀려나 있는 북핵과 한반도 문제를 적극 이슈화 시켜 미국을 설득하고 변화시키는 능동적 역할을 필요로 한다.
■북, 빗장 풀고 대화의 장에 나와야
미국도 마찬가지다. 기왕 대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면 실효성 없는 조건 없는 만남만 고수하지 말고 북한이 주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유연한 외교적 검토와대국적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미국이 진정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원한다면 과감한 동기부여로 북한을 움직여야 할 것이다. 북핵문제도 결국 대화 외에 다른 방법은 찾을 수 없기에 그렇다.
북한도 변해야 한다. 더 이상 침묵으로 일관하며 외교적 고립을 자초해서는 안 된다. 중국에 의존하는 것도 일시적 방편이 될 수는 있으나 영원히 미래를 담보할 수는 없다.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위기극복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외교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그것만이 살길이다. 지금 세계는 미세한 바이러스가 문명을 위협하고 있고 기후 위기에 따른 메가톤급 재앙이 지구촌을 긴장시키고 있다. 1,2차 세계대전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국가 간 외교를 넘어 인류생존을 위한 더 큰 위기대응 외교가 절실한 실정이다. 이를 위해 그 누구와도 마주앉아야 하고 어떤 나라와도 협력해야 한다. 고립은 위험을 자초하는 길이고 도태를 앞당기는 길이다. 인류사회는 이제 어떤 의제 어떤 현안이라도 마주 앉아 공동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북한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하루 속히 빗장을 풀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가장 먼저 남한과의 대화를 시작으로 물꼬를 터야 한다. 북한의 단절과 고립은 우리 한반도에 약(藥)이 아닌 독(毒)이 되기 때문이다.

 

[ⓒ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