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번아웃 경험…남성 대비 여성 높아▲ 직장인 2명 중 1명이 올해 이직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사진=뉴시스)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한국 직장인 절반가량이 올해 이직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 대한 높은 불만족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가운데 직장인 10명 중 7명 이상이 이른바 ‘번아웃’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 “일에서 개인적 의미 찾아야” 22일 직장인앱 블라인드가 매년 실시하는 ‘직장인 행복도 블라인드 지수(BIE)’ 관련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한국 직장인이 직장에서 느끼는 행복도는 100점 만점에 47점으로, 직장인 10명 중 7명이 번아웃을 경험했다. 올해 설문조사는 국내 직장인 7만2,109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3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됐으며 신뢰수준 95%, 표본오차는 0.4%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정희 연구위원과 사이타마대 노성철 교수가 조사를 검수하고 결과를 분석했다. 올해 직장인들의 일터 행복도는 100점 만점에 47점으로, 작년과 마찬가지로 50점을 넘지 못하면서 연속 낙제점 수준에 그쳤다. 특히 작년 대비 이직 시도 비율이 급증, ‘1년 사이에 (현 직장에서) 이직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비율이 전체 직장인의 50%를 넘어섰다.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갑자기 무기력함을 느끼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번아웃’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전체의 71%에 달했다. 여성(76%)이 남성(67%)보다 번아웃을 더 많이 경험했으며, 업계별로는 ▲외식‧체인 ▲교육‧출판 ▲병원 업계에서의 번아웃 경험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올해 1월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확산되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가운데 직장인도 예외는 아니었다는 분석이다. ⓒ 블라인드. 이번 설문에서 ‘코로나19 이후 고용불안을 느낀 적이 없다’는 직장인 응답은 51%에 그쳤다. 직·간접적으로 무급휴가나 권고사직을 경험한 비율은 각각 27%, 14%로 비교적 낮았음에도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봐 직장인들의 심리적 압박이 매우 큰 것으로 해석됐다. 업계별로 나눠보면 편차가 극심했다. 항공(95%)·여행(82%)·호텔(78%) 업계의 고용불안이 극에 치달았던 반면, 공공기관(11%)·금융(15%)업계 재직자들은 10%의 응답률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이후 회사 대응 관련 직장인 만족도는 평균 41점에 머물렀다. 전체 직장인의 67%가 올해 재택근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가운데, 재택 시 회사가 자신의 노력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느끼는 직장인은 36%에 불과했다. 재택으로 같은 업무를 하는 데 오히려 업무시간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45%나 됐다. 코로나19와 같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재직자 행복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회사의 선제적 대응 여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 외로 의사결정에 재직자를 참여시키는 것은 큰 영향이 없었다. 노성철 교수는 “코로나19 등 외부 상황이 급변하는 때에는 회사가 선제적으로 대응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이런 회사의 노력을 이후에 구성원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직장인 행복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일에서 개인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느끼는 정도인 ‘업무 의미감’인 것으로 파악됐다. 직무·관계·문화 등 3가지 영역에 걸친 11개 요인 가운데 복지‧워라밸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관계요인에서는 ‘상사 관계’가, 문화요인에서는 ‘복지’가 각각 중요한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 이정희 위원은 “더 이상 직장인 자신이 조직에 기여한다는 인식만으로는 행복을 느끼기에 충분치 않다. 개인에게 중요한 의미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회사는 직원들의 개인·직무 일치(Person-Job fit)를 높이는 방향으로 직무설계‧배정을 하는 데 더 신경쓸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