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성장 ‘발목’ 잡는 법의 후유증을 우려한다
news@segyelocal.com | 2021-05-21 16:29:58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관련 속도 조절과 제도적 보완이 절실히 요청된다.
올해 1월 제정돼 내년 1월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입법예고가 임박하면서 일선 기업들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인신 구속 가능성 등 과도한 처벌에 대한 부담으로 대표직 제안을 거절하는 사례가 나오는 등 산업 생태계 전반에 후유증이 예상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은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CEO(최고경영자)에게 직접적인 형사책임을 강화한 것이 골자다. 법에 따라 1년 이상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중대사고=CEO처벌'의 등식이다.
현장 사고를 막자는 취지에 공감하지 않을 기업은 없다.
하지만 처벌규정이 과도하다는 지적은 법 예고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사망자 발생 시 책임자에 대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 매겨지는데 비해 중대재해처벌법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이 과해진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처벌 수위가 더 높은 데도 기준이나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현실적으로 작업 현장별 여건부터 천차만별이고, 원인이 똑같은 사고도 없다.
원청·하청 간 업무 분담이나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영역의 사고 가능성이 있고, 근로자의 명백한 과실 요인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도 경영진과 원도급 기업에 광범위한 위험방지 의무를 지우니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이 합동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영책임자 개인을 법규의 준수 및 처벌대상으로 규정하는 과도한 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낸 게 아닌가.
처벌에 집중하다보니 중대재해법이 안전관리의 전문성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최고경영자(CEO)를 압박할 것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기업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별도 기관을 만들고, 이들을 통해 투명하게 기업 현장의 안전도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몰아붙이기식 기업 규제는 기업은 물론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생존 위기로 몰아넣는 한국경제의 초대형 악재다.
주요 기업집단을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취급하며 규제로 옥죄기만 한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 포스트코로나를 준비해야 하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뻔하다.
당장 안전관리자 배치가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법적용이 2년 유예됐다고 하지만 60인, 또는 70인 사업장이라고 해서 안전대책이 더 잘 마련된 건 아니다.
당장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불안과 불만이 크기 때문에 현실을 감안해 속도 조절,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시행령 제정 등의 과정을 통해 법의 미비한 점을 보완하고, 내년 1월 시행에 앞서 과도한 처벌 규정 등을 개선하길 당부한다.
[ⓒ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