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택 칼럼] 혀는 몸을 베는 칼

황종택

resembletree@naver.com | 2021-08-20 16:58:21

▲주필
말(言)조심하자. 말 한마디에 용기를 얻는가 하면 좌절의 늪에 빠지기도 한다. 말의 생명력이다. 언어는 의사교환의 수단이자 사물 의미를 규정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어 폭언이나 실언은 예상하지 못한 후유증을 낳는다.당나라의 풍도가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閉口深藏舌 安身處處牢).”라고 말조심을 당부한 이유이기도 하다.
■할 말, 안 할 말 가려야 할 지도층
누구보다 사회지도층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인들이 조심해야 한다. 여야 간에도 할 말, 안 할 말 가려야 한다. 금도(襟度)다.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정조는 말을 조심하라며 “사람은 언어로 한때의 쾌감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나는 미천한 마부에게라도 일찍이 이놈 저놈이라고 부른 적이 없다(人不可以口業取快於一時 予雖於僕御之賤 未嘗以這漢那漢呼之也).”고 가르쳤던 것이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근래 정치권에서 막말이 줄을 잇고 있어 개탄스럽다.불교 ‘잡보장경’의 무재칠시(無財七施·재산 없어도 베풀 수 있는 7가지 보시)에 “부드럽고 다정한 말로 상대방을 감동시키고 즐겁게 한다”는 ‘언시(言施)’가 들어 있다. 그렇다. 지혜로운 혀는 세상을 선하게 하고, 어리석은 혀는 제 몸을 베는 법이다. 남의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 자기 입에서 나오는 말을 잘 들으라는 경구도 그래서 나왔다. 
말은 인격이다. 수준이 있다. 개인이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인격(人格)이 묻어나고, 국민이 어느 정도의 언어생활을 하느냐에 따라 한 나라의 수준이 평가된다. 국격(國格)이다. 왜? 말은 소통의 핵심 도구이기에 그렇다.그뿐만 아니다. 인간 존재의 근원인 생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김춘수는 그의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노래했다. 꽃이라는 사물에 꽃이라는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꽃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 사람이 언어를 사용하고 그 언어로 대상을 호명하는 행위는 사람의 욕망이 개입된다는 것을 시인은 사유하고 있다. 사람들은 표현되는 말을 통해 인정받고 사랑받으면 존재감을 넘어 그 이상의 기쁨을 느낀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
하지만 같은 사람이 말을 해도 대상과 사물, 환경에 따라 달라지곤 한다. 옳다 그르다를 떠나 언어에는 자의성(恣意性)이 있기에 그렇다. 사람이 ‘꽃’이라고 했기에 꽃일 뿐, 애초에 ‘나비’라고 불렀다면 나비로 불리고 있을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 첫머리에 “도를 도라고 불러 되겠지만 늘 도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사물의 이름은 지금의 이름으로 불러도 되겠지만 늘 그렇게 부를 필요는 없다(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는 말이 나온다. 언어는 그 이름이 항상 고정돼 있지 않다는 의미이다.
■“재앙은 입에서 나온다” 했거늘
사리가 그렇다 해도 말은 신중해야 한다. 언어는 의사교환의 수단이자 사물의 의미를 규정하거나 그 의미를 확정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말이 많은 다언(多言)이나 준비되지 않은 말, 곧 실언(失言)은 예상하지 못한 후유증을 낳는다. 그래서 당나라의 풍도(馮道)는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閉口深藏舌 安身處處宇)”고 말조심을 당부했다.
사리가 이러한데도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의 말실수가 끊이질 않고 있다.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던 ‘맛 컬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거친 말로 인해 20일 자진사퇴했지만 후폭풍이 만만찮다. 말은 한 번 뱉어놓으면 주워 담지를 못하기에 “모든 재앙은 입에서 나온다(禍生於口)”고 ‘명심보감’은 경책했음을 알게 한다.
그렇다. 지혜로운 혀는 세상을 선하게 하고, 어리석은 혀는 제 몸을 베는 법이다. 남의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 자기 입에서 나오는 말을 잘 들으라는 경구도 그래서 나왔다. 9㎝밖에 안 되는 혀가 90평생을 좌우한다. 훌륭한 말을 남기라는 뜻의 ‘입언(立言)’을 가슴에 새기고 실천하자. 막말과 비속어가 일상화된 품격 없는 말이 설자리가 없도록 언어예절을 되살리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실천의지가 절실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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