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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웅 전국우체국노동조합 위원장. |
지난 7월 6일 경기도 안양시 안양우체국 입구에서 소속 우체국 집배원이 분신했다. 결국 21년간 근무했던 소중한 자기 직장 앞에서 분신한 지 이틀만인 8일 오전 끝내 사망했다.
이제 더 이상 죽지 말고 살아서 잘못된 노동환경 바꿔보자고 각종 안전사고, 과로사, 자살로 이어진 먼저 떠나간 동료의 영결식장에서 수많은 관계자들이 수없이 다짐했건만 우리는 또다시 순식간에 또 한명의 동료를 처참하게 보내고 말았다. 언제까지 죽음으로 내몰리는 집배 노동자들의 처절한 절규를 애통해하고만 있을 것인가? 우체국 앞에서 온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노동자운동연구소가 2014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28개월 동안 집배원 근무기록을 분석한 결과 집배원의 노동시간은 주당 55.9시간, 월평균 240.7시간, 연평균 2888시간으로 나타났다. 2015년 OECD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 국가 전체 평균 1766시간보다 약 347시간을 초과하고 있는데 집배원 노동자는 1122시간을 초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집배업무는 자동화로 이뤄지는 업무도 있으나 실제 집배업무는 사람이 움직여야 하는 노동집약적 업무이다. 유고 집배원 및 결원 집배원을 위해 3.2인 보충인력이 책정돼 있으나 우정사업본부는 소요인력 세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현재 집배원은 외근직 배달업무와 내부업무를 병행하다보니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장시간 노동은 불가피하다. 업무량과 인력충원은 이미 반비례한 지 오래인데도 우정본부는 지역별 편차가 있을 뿐이라며 이번 분신사망 사건 또한 이전과 같이 집배원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3일 제50회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영상을 통해 “그 어떤 것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될 수 없다”면서 “산업 현장의 위험을 유발하는 원청과 발주자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하고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사업장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모든 작업을 중지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의 대상에서 집배원이 배제되서는 안 된다. 이번 집배원 분신사망 사건의 진상조사를 통해 정부의 책임 있는 제도 개선으로 더 이상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집배 노동자들의 경우 전국적으로 지역을 가리지 않고 사망하고 있기에 중대재해다발 사업장으로 규정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업무량 실태조사로 그에 따른 인력배치 기준을 마련해 인력을 충원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또한 이륜차를 이용하는 집배원들 역시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공무원재해보상법 위협 직무순직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이에 전국우체국노동조합과 공공서비스노동조합총연맹은 정부가 과다업무와 장시간 근로로 죽음에 내몰리는 집배원 노동자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집배원 노동자들에게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며 다시 한 번 이번 사건의 철저한 진상조사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집배원 노동자들의 죽음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있게 나서줄 것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