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청구 간소화, 12년째 표류…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김영식 / 2021-07-29 09:36:40
의료계 반발에 장기간 국회 공전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국민 편익향상을 우선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논의가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공전하고 있다. 의료계 반발에 막혀 무려 12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열린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결국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 보험금 수령절차 복잡…개선 시급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 가입자가 진료 뒤 보험금 수령을 위해 자료를 의료기관에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해당 서류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전산망을 통해 보험업계로 내려보내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이를 통해 가입자가 직접 의료기관으로부터 종이서류를 발부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실제 보험 소비자들은 보험금 수령을 위한 복잡한 절차에 오랜 기간 애로를 겪어왔다.

현재 실손 보험금 수령을 위해 보험 가입자들은 의료기관에 방문해 보험금 청구를 위한 증빙서류를 발급받은 뒤 우편·팩스·이메일·스마트폰 앱 등으로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이런 바쁜 일상 속 어려움에 상대적으로 ‘소액’인 실손보험금 수령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이 같은 포기 비용을 우리 사회 전체로 확대하면 엄청난 규모다.

실손보험은 전체 국민의 약 75%에 달하는 3,900만 명이 가입돼 이른바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최근 ‘금융의 디지털화’가 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보험청구가 ‘원스톱’ 처리되는 각종 서비스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정착 최대 가입자를 보유한 실손보험 분야에서는 단 한 발자국 나아가는 ‘혁신’의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간소화할 것을 권고한 배경의 하나로도 해석된다.

정부·관련업계·시민사회단체 등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찬성 입장에도 현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데는 의료계의 거센 반발이 자리잡고 있다.

현재 의료계는 의료기관이 실손보험의 계약당사자(환자·보험사)가 아니기 때문에 보험금 청구자료를 보험사에 전송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환자 개인정보의 유출 가능성 등도 반대 명분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의료계 주장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은 많다. 특히 보험업계 일각에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실제 시행되면 의료보험 비급여 항목 통제가 강화돼 결국 병원 수익이 쪼그라들 것을 우려하는 게 의료계 반발의 핵심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에선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가 간소화·전산화될 경우 가입자·보험사들의 현장 애로를 줄여 불필요한 비용을 감축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의료기관의 행정업무 효율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청구 전산화로 진료내용 중개를 심평원이 맡게 되면 일부 일선 의사들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과잉진료’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과잉진료 사안은 오랜 기간 의료·보험업계의 해묵은 과제로 지적돼왔다.

일반 국민인 보험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소액인 실손보험금 수령을 위해 의료기관 등 이곳저곳을 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이유로 의료계 주장에 공감하지 못하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선 지역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의료계에 눌려 의원별 스탠스에 우려섞인 시선도 감지된다. 지역 의료계 눈치를 보느라 전향적 입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1대 국회에서만 관련 법안이 무려 다섯 개나 제출됐으나 여전히 미온적인 이유다.

8월 임시 국회나 9월 정기 국회에서 재논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만큼은 절대 다수인 국민 편익을 위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통과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영식

김영식

뉴스, ESG, 지방자치, 피플, 오피니언, 포토뉴스등 기사제공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