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컬타임즈 - (로컬초대석)-황성연 (주)한도기공 대표이사

▲ 황성연 대표이사가 자신이 개발한 기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영재 기자 jae-63@>

[세계로컬신문 김수진 기자] 횡단보도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초등학교 앞 스쿨존이나 불법 주정차가 빈번한 도로에서 사고 수는 급증하고 있다. 또 인적이 드문 교외에서의 노인 교통사고도 증가 추세다. 각 지자체에서는 횡단보도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효과는 미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민의식과 교통안전 교육만으로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황성연 (주)한도기공 대표이사가 ‘횡단보도 교통사고 예방시스템’을 개발한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횡단보도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보행자 문제가 아닌 자동차 문제로 보고 이를 인공지능을 활용해 통제할 수 있다면 사고 발생율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본 것. 특히 최근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정부가 관련 지원책을 준비 중인데 한도기공의 인공지능 사고 예방 시스템도 그 궤를 같이 해 주목할 만한 미래 부가가치적인 산업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횡단보도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 생각하고 열정을 다해 개발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황 대표와의 일문일답.

- 만나서 반갑다. 지난 4월 장영실상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인천 공단지역까지 오느라 고생했다. 지난 4월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사단법인 과학선현 장영실 기념사업회로부터 장영실국제과학문화상 연구개발기술 대상을 수상했다. 기계 설치 공간을 최소화해 작업 시간과 공정을 단축시키는 플라스틱·고무 가공기계 개발 등 30여 가지 첨단 신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상을 수상하게 됐다.

- 특허가 30여 개나 되는데 그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나?

흔히들 ‘현장에 답이 있다’고들 하는데 정말로 그렇다(웃음). 보통 아이디어를 짜낼 때 혼자 방에 박혀 머리 쓰는 것만 생각하는데 최소 기계공학 분야에서는 그래선 좋은 아이디어가 창출되진 못한다.

내 아이디어의 원천은 공장 현장이다. 현장 작업자들이 ‘이런 점이 불편하다’, ‘이 부분 때문에 안전사고가 날 뻔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데 이점을 흘려듣지 않고 불편과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 새로운 발명품을 만들어낸다. 좋은 발명품은 하늘에서 뚝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 플라스틱 고무 가공기계 제조전문기업으로 유명하다.

군에서 보일러병으로 있으면서 관련 기술을 접하면서 기계 기술을 처음 배우게 됐다. 현장에서 A/S부터 출장, 근로경험 등을 배우며 주변 사람들이 일 잘한다고 인정해주기 시작해 그 용기로 1990년 30대 이른 나이에 한도기공을 설립했다.

한도기공은 플라스틱/고무 가공기계 뿐만 아니라 의료용품이나 전선, 전기·전자기기, 생활용품 등의 완제품을 생산하는 니더, 믹싱밀, 카랜다, 압출기 등의 다양한 설비를 제작하고 있다.

특히 공정라인의 단일화에 신경 써 왔다. 쉽게 말해 여러 대의 기계로 나눠져 있는 공정라인을 최소한으로 기계를 줄이는 방법이다. 불필요한 인력을 줄이고 근로자도 위험하지 않게 일을 할 수 있도록 기계 설비 개발에 나서왔다. 노력한 덕분인지 업계에서 인정받는 기업이 된 것 같아 무척 보람차다.

▲ 한도기공이 개발한 기계.

- 그렇다면 한도기공의 1호 특허 기계는 무엇인가?

신 개념 RSM라인 냉각장치인 '드럼 베치 오프(Drum Rotary Batch Off M/C)'이다. 지난 2003년에 특허출원을 받은 기계로 물속에서 고무를 냉각하는 장비라 생각하면 된다. 넓고 긴 시트를 연속적으로 작업하는 드럼 베치 오프는 바람으로 말리는 기존 방식과 달리 냉각수를 이용해 빠른 냉각 효과를 낸다.

게다가 전기나 어떠한 요인 없이도 물속에서 운용할 수 있는 구동력을 갖췄다. 메인 모터 하나로 드럼을 돌려주면 드럼 내 수 개의 콘베어를 동력 없이 구동할 수 있는데다 전력 효율도 뛰어나다. 물론 기존 제품보다 사이즈도 줄어들어 근로 작업과 공간 활용성도 무척 높다.

- 횡단보도 교통사고 예방 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 몇 년 전 지인들이 교통사고로 급작스레 돌아가게 됐다. 사망사고라는 충격도 충격이지만 횡단보도가 보행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못하더라. 그래서 수 년 간 도로 상황을 살피고 머리로 사고 방지를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었고 우리 기술진과 함께 시스템 개발에 나서게 됐다.

현재의 교통신호 시스템은 스쿨존이나 지방도로 등에서의 교통사고를 예방하는데 한계가 확실히 있어 보였다. 이에 따라 현 신호 체계를 정밀하게 통제할 필요성이 있다.

횡단보도 교통사고 예방 시스템의 핵심은 바로 인공지능에 의한 신호 콘트롤이라는 점이다. 기존 획일적인 시간프로그램이 아닌 어린이와 노약자, 장애인, 학생 등의 사람 중심으로 신호를 만드는 것이다.

횡단보도 교통사고 예방 시스템의 구성은 간단하다. 보행자 감지카메라와 원/근거리를 촬영하는 차량감지카메라, 비디오 서버, 신호등 변환제어(PLC), 안내방송 시스템이 주 구성이다. 보행자 감지카메라가 횡단보도에 사람의 유무를 확인하고 차량감지카메라가 도로를 달리는 차량을 확인한다.

이때 보행자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감지되면 차량이 횡단보도 정지라인에 정확히 멈출 때까지 신호등이 정지신호를 내리는 것이다. 물론 보행자의 신호등도 녹색으로 전환된다. 또 차량과 보행자에 안내방송도 이뤄진다. 한 마디로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생각하면 된다.

▲ 황성연 대표이사가 지난 4월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장영실국제과학문화상 연구개발기술 대상을 수상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 어떤 도로에 효율적인가?

도심에서도 교차로 같이 복잡한 구간을 제외하고 어디서든 해당 시스템 적용이 가능하다. 교외 시골도로와 같은 경우 인적이 드물어 사고 발생률이 높다. 학교 앞 아이들이 다니는 스쿨존은 더더욱 보행자 안전이 우선되는 곳으로 이에 대한 사고 예방은 필수다. 특히 불법 주정차 때문에 인도 쪽 시야가 가려지는 경우가 잦은데 이 경우에도 보행자 감지카메라가 운전자의 눈을 대신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고 발생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적 통제로 교통사고 발생 비율을 90% 이상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설치비용이 많이 들지 않겠느냐는 질문도 적잖이 들었다. 하지만 기존 신호등 체계에 조금만 추가하면 되는 문제다. 지자체 별로 횡단보도를 밝히는 조명을 조도 높은 것으로 교체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 확실하게 보행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사고 예방 시스템을 갖추는 편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 횡단보도 교통사고 예방 시스템도 특허 출원을 했는지?

물론이다. 지난 2016년 5월부터 12월까지 ’스쿨존 횡단보도 사고 예방 방법 및 그 시스템‘, ’횡단보도 교통사고 예방 방법’, ‘횡단보도에서의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지능형 횡단보도 신호 제어 방법 및 그 시스템’, ‘횡단보도 교통사고 예방 방법 및 그 시스템’, ‘과속 및 신호위반에 의한 횡단보도 교통사고 예방 방법 및 그 시스템’ 등 5가지 특허 출원을 받았다. 확실히 사고 예방을 막아주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국가가 보증한 것이라 생각한다.

사고 예방 시스템을 실제 도로에 적용하기 위해 지금까지 많은 지자체 등과 접촉하고 있는 중이다. 보행자 안전을 위해 지자체나 관련 기관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 향후 한도기공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계획인지?

횡단보도 교통사고 예방 시스템을 개발한 이유는 바로 사고를 줄여 장애로 고통 받는 이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그간 한도기공이 개발한 기계들의 최종 목표가 근로자의 안전사고를 줄여 장애인 발생을 없애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던 것과 그 뜻이 같다. 그동안은 근로자로 그 목표를 국한했다면 사고 예방 시스템 개발을 통해 시민으로 확대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안전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좋은 제품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겠다. 최선을 다해 불편 없고 안전한 제품을 만든다면 생명권과 시민 행복은 자연히 따라온다고 믿는다. 내일이면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와 높은 기술력으로 무장한 제품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수도 있으니 우리 한도기공을 많이 주목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