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여론수렴·균형 잡힌 개선안 만들어야 성공
![]() |
▲ 서울시 장안평 중고 자동자 매매단지 전경. |
[세계로컬신문 이평래 기자]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력을 위한 각종 규제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부처별로 규제 철폐 등 각종 과제를 발굴해 대통령이 주재하는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보고하는 등 법령 개정과 규제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규제완화’ 속에 수십 년간 일궈온 ‘생계의 터전’을 위협받고 해당업계가 존폐의 위기를 맞으며 반발하고 있어 규제개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개혁 무엇이 문제인지 사례를 통해 살펴봤다.
▲ 온라인 자동차 경매제도 도입… 중고차 매매업계 반발
국토교통부가 지난 6월 20일 주차장과 경매장 등 자동차 경매관련 시설이 없어도 온라인에서 경매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해 중고자동차 매매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개정안은 3300㎡이상의 주차장과 200㎡이상의 경매실 등 설비를 갖춰야 하는 ‘자동차 경매’의 범위에서 ‘전자 거래를 통한 경매’를 제외시킨 것이다. 별도의 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자동차 경매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해 올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법률인데 정부는 법률시행일부터 또 다시 개정을 하려고 입법예고를 하는 등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 법률이 만들어지자 한 청년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인 온라인 업체는 시ㆍ도에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으로 자동차매매업을 하다 결국 폐업을 하게 돼 언론의 주목을 받자 국토부 장관이 법률 개정을 약속한 후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중고자동차 매매업계는 온라인 창업 활성화와 청년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하에 중고 자동차 매매업계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 |
▲ 지난 7월20일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온라인자동차 경매제도에 도입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10여개 미만의 온라인 경매업체를 위해 전국 5000여명의 매매업자를 차별하겠다는 발상”이라며 “전국의 매매단지마다 20~100여 사업자는 물론 입주한 카센터, 인테리어 광택, 식당 등 주변 상권까지 몰락해 지역경제 황폐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토부에서 모 대학에 용역을 의뢰해 만든 잘 정비된 현재 법령을 6개월 만에 정반대되는 개정안으로 다시 입안하는 정부의 태도는 객관성과 당위성을 상실했다”며 “균형 잡힌 규제가 구성원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상생을 위한 일이다”고 말했다.
정복철 경희대 교수도 지난달 20일 국회의원회관서 열린 ‘온라인자동차 경매제도에 도입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망한다”며 “고전경제학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라 불리는 시장의 원리에 맡길 수만은 없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화상투약기’ 설치 입법예고…약사회 중단 촉구
보건복지부가 의약품 자동판매기(원격 화상투약기) 설치 허용을 담은 약사법 일부개정안을 지난 6월 27일 입법예고하자 대한약사회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5월 신산업투자위원회의 규제개혁 건의를 받아들여 취약시간대 환자들의 약 이용 편의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법률개정을 추진한 것이다.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법안에 따르면 환자가 심야시간이나 공휴일에도 약사의 복약지도를 거쳐 의약품을 살 수 있도록 약국 개설자가 의약품자판기를 설치·운영할 수 있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약국 벽면에 외부를 향한 화상투약기를 설치할 수 있으며 구매자가 약사와 화상으로 상담하고 복약지도를 받아 약을 구입하도록 하고 있다.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만 판매가 가능하다.
현행 약사법 50조에는 ‘약국 개설자 및 의약품 판매업자는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대해 약사회는 “자판기 내부에서 약물 변질 위험성과 기계 오작동, 약물 오남용 가능성 등이 높다”며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규제개혁 악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약사회는 또 성명서를 통해 “원격 ‘대면 판매’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만약 원격 화상투약기 도입을 목적으로 이 원칙을 깨는 약사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온라인 약국과 조제약 택배 등은 봇물 터지듯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약사가 아닌 기계에 의한 복약지도와 투약이 허용되면 원격의료와 의료민영화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권마저 거대기업의 이익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
▲ 지난 4월28일 국회 앞에서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규제프리존 특별법’ 추진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참여연대 제공 |
▲ 정부, 규제완화 잇따라 논란 야기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산업 활성화를 위해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을 금지하는 ‘셧다운제’를 시행 5년여 만에 완화해 부모선택제로 전환을 추진하자 여성·청소년 단체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또 전국 14개 시도에 총 27개 지역전략사업을 선정해 이들 지역에 한해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는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제정을 올해 하반기 제정을 목표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별법안은 규제프리존에 주어지는 특례는 73건에 달하며 네거티브 규제방식을(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을 적용키로 함에 따라 규제프리존은 상황에 따라 ‘초법적 지대’가 될 수 있어 각계의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 규제정책 상호 공감속에 상생 해법 찾아야
정부가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걸림돌을 제거하는 ‘규제완화’가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해 당사자와 국민이 공감해야 한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는 명분아래 기존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는다면 규제완화가 도리어 화가될 것이 분명하다. 또 일부 특정인이나 대기업을 위한 규제완화 정책이라면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2년 전 시민단체로부터 ‘학교주변 호텔 입지 허용’ 등 잘못된 규제개혁 10대 사례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진행하는 규제개혁은 공익목적에 충실하고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서로 공감하고 상생을 할 수 있어야 하며 개혁의 효과를 전 국민이 체감할 때 비로소 규제개혁정책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