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25일 시행…금융권, ‘늦은 입법’에 혼란 가중

김영식 / 2021-03-24 10:17:49
시행 일주일 전 발표…당국, ‘부랴부랴’ 현장 애로 청취
▲ 금소법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금융사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 강화를 목적으로 추진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은행 등 금융권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법 시행 불과 일주일 전 감독 규정이 발표되는 등 세부적인 입법 사항이 늦게 공개된 데 따른 것이다.


시행세칙은 시행 하루 전인 이날까지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당국은 이런 현실을 감안해 법 시행 뒤 6개월 간은 지도(컨설팅)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업계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 시행세칙 24일 발표 전망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사들은 당국의 정확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없다는 점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 일부에선 이번 금소법 시행에 따라 막대한 과징금을 물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잇따라 중단하고 있다.

금소법은 기존 일부 금융상품에만 적용해오던 이른바 ‘6대 판매규제’(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권유행위 금지·허위 과장광고 금지)를 모든 상품으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우선 이를 위반하는 금융사에는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성격의 과징금이 부과되며, 판매한 직원에게도 최대 1억 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또 소비자가 금융사에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위법 계약 해지 요구권’이 신설된 데 이어 고의·중과실에 대한 입증 책임도 금융사에 지우는 등 소비자에 유리하고 금융사에 불리한 조항들이 대거 포함됐다.

문제는 아직 당국의 구체적 입법 사항이 완전히 발표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시행령과 감독규정은 금융위원회 소관, 시행세칙은 금감원이 만들고 있으나 법제처 심사 등 관계로 시행 직전 감독규정만 발표됐을 뿐이다. 업계에선 이날 시행세칙 등 세부규정이 발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금융사들은 늘어난 의무에도 세부적인 법 적용 기준이 모호해 ‘AI 서비스의 한시적 중단’ 등 당장의 법률리스크를 피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우선 하나은행은 인공지능(AI) 로보 어드바이저인 ‘하이로보’의 신규 거래를 25일부터 오는 5월 9일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로봇이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펀드를 추천해주는 시스템으로, 금소법 시행에 맞춰 단기간에 전산 변경은 어렵다는 이유다. 중단 대상은 하이로보의 일반펀드·개인연금펀드의 신규·리밸런싱·진단거래 등 서비스다.

KB국민은행도 스마트텔러머신(STM)을 통해 입‧출금 통장을 개설하는 서비스를 25일부터 4월 말까지 일시 중단한다. 금소법 시행 이후 은행의 설명의무가 강화됨에 따라 기존 약관‧상품설명서를 보여주는 것에서 이제부터 상품설명서 등을 직접 고객에게 줘야 하는 것으로 변경된 데 따른 것이다. 은행 측은 업무처리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10월 금소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고 지난 1월 주요 변경사항을 내놨다. 또한 감독규정안은 지난해 12월 행정예고됐다. 이후 지난 17일 시행령‧감독규정이 최종 확정‧공포됐는데, 이는 법 시행일 불과 8일 전이다. 시행세칙은 여전히 발표 전이다.

통상 법 제정 시 법에는 기본적인 법규 내용이, 시행령에는 하위 법규가 각각 담긴다. 시행령 등에 포함되지 않는 하위 세부규정들은 감독규정‧시행세칙 등을 따라야 한다. 이때 시행세칙이란 하위규정 관련 업무 수행를 위해 필요한 절차·서식 등 행정적 내부규정을 의미한다.

이에 당국은 시행세칙의 경우 행정적 부수 내용일 뿐으로, 금융업계의 권리·의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설명이지만 실제 현장 반응은 다르다. 금융사 입장에선 금소법이 새롭게 시행되는 데다 금융권 전반의 영업 행태를 바꾸는 파급력 또한 큰 법이라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이 당장 임박한 데다 아직까지 당국의 시행세칙도 나오지 않아 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아직 준비가 덜 된 은행들이 소극적 영업 행태로 사업을 영위하게 될 경우 그 피해는 오로지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뒤늦게나마 현장 애로 및 건의사항 등 의견을 청취했다. 최근 금감원과 은행·생명보험사 간 간담회에서 김은경 금감원 소비자보호처장은 금소법 안착을 위해 적극적인 지도와 지원을 약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주 정례회의에서 “법(금소법) 시행에 따른 변화를 현장에 적극 알리고 신규 도입되거나 강화된 제도는 향후 6개월간 컨설팅 중심으로 감독하겠다”고 말해 금융권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기도 했다.

또한 금감원은 향후 약 3주에 걸쳐 다양한 권역의 CCO(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들과 상호 소통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오는 26일에는 손보사, 30일에는 금융투자사 CCO들과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다.

한편, 금소법은 앞선 해외금리연게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여파로 지난 10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가 올 3월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저작권자ⓒ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영식

김영식

뉴스, ESG, 지방자치, 피플, 오피니언, 포토뉴스등 기사제공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