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 60년 만에 총파업…“이길여, 대화 나서라”

김영식 / 2018-12-19 10:53:09
총 18차 단체교섭 결렬…인천 최대 규모 병원 파업에 시민 불안↑
▲ 가천대 길병원은 설립 60년 만에 처음 총파업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사진=가천대 길병원 홈페이지 갈무리)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지난 1958년 이길여 산부인과로 출발한 가천대 길병원은 설립 60년 만에 처음으로 총파업 사태를 맞이했다. 

이는 인력충원 등 노동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조와 이를 거부한 사측이 정면 충돌하면서 총 18차에 달하는 교섭이 결렬된 데 따른 것이다.


18차 달하는 노사 단체교섭 결렬…19일 오전 7시 총파업 돌입


19일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가천대 길병원지부는 최종 단체교섭 결렬에 따라 이날 오전 7시부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지부는 특히 이길여 병원 이사장의 책임을 지적하며 대화를 요구마면서 압박하고 있다.


병원 노사는 지난 7월 이후 총 18차례의 단체교섭과 2차례 조정회의를 통해서도 인력충원 등 핵심쟁점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노조 총파업으로 치달았다. 특히 조정기한을 이날 새벽 5시까지 연장하며 교섭을 이어왔으나 끝내 이견 조율에 실패했다.


지부는 ▲인력충원을 통한 노동조건 개선 및 의료 질 향상 ▲조합 활동 보장 ▲민주적 직장문화 마련을 위한 제도개선위원회 설치 ▲기간제 및 간접고용 비정규직 정규직화 ▲합리적 임금제도 마련 및 적정임금 보장 등을 병원에 요구하고 있다.


결국 노사 단체교섭이 불발되면서 지부는 19일 오전 7시 총파업에 돌입했다. 앞서 노조는 이달 3일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데 이어 10일부터 3일 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이 결과 당시 전체 조합원 1,383명 가운데 휴직자 등을 제외한 1,195명(86.4%)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들 중 1,159명(97%)이 쟁의행위에 찬성표를 던졌다.


파업 기간 중에도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앞선 인천지노위 결정에 따라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유지업무부서는 운영될 전망이다.


노조 측은 가천대 길병원의 심각한 의료인력 부족을 문제 삼고 있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종합병원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간호 인력등급과 관련, 가천대 길병원은 3등급인 데 반해 타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1~2등급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지부 측 설명이다.


지부 관계자는 “병원 측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182병상 확대 및 간호등급 2등급을 유지하기 위해선 간호사가 590여 명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며 “인력 부족은 곧 노동강도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이직자의 증가로 나타나 만성적 인력 부족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병원 측은 인력충원에 대한 명확한 합의를 내놓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길여에 쏠리는 관심…지부, ‘이사장 대화 촉구’ 기자회견 예고


아울러 지부는 교섭 과정에서 보인 사용자 측의 무성의한 태도 역시 문제 삼았다.


노조는 “노동조합은 파국을 막겠다는 진정으로 양보안을 계속 제시하며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교섭과정에서 병원 측은 ‘민주노조가 갑질을 하고 있는 것 아느냐’며 모멸 섞인 조롱까지 해댔다”고 비난했다.


또한 노조는 “노동탄압을 포함한 각종 갑질의 직장문화, 체계 없는 인사 및 임금제도 개선, 인력 확충 방안 마련을 위한 노사 각 7인으로 구성하는 제도개선위원회 설치 역시 병원 측은 거부했다”면서 “노조는 이런 제도 개선이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을 알기에 노사가 파국을 막도록 단체협약에 합의하고 이후 논의해 나가자고 제안했으나 이마저도 거부 당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가천대길병원지부의 조합원 수는 1,450명 수준으로, 이는 지난 7월 조합 설립 당시 30명에 불과했다는 점에 비춰, 노조는 이 같은 지부의 폭발적 증가세가 ‘갑질’ 병원 문화에 따른 직원 공분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노조의 이 같은 주장은 가천대 길병원의 설립자이자 병원 책임의 꼭짓점 이길여 이사장에게로 향하고 있다.


지부는 이날 오후 2시 병원 본관 로비에서 이 이사장에게 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예고한 가운데, 이미 노조는 이 이사장에 대한 ‘병원시설 및 인력 사적 이용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특히 이 이사장은 병원 직원을 상대로 자신의 생일 축하 영상을 제작하도록 강요했다는 이른바 ‘갑질 의혹’에 휘말리며 한 차례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노조는 “단체교섭과 조정회의를 통해 노동조합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현재 가천대길병원 내에 만성적인 인력 부족, 열악한 노동조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책임자가 과연 있는가의 문제였다”며 “병원의 눈길은 자연스럽게 이길여 설립자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천대 길병원은 병상 수 1,400개 수준의 인천지역 최대 규모 병원이자 전국 5대 종합병원으로 손꼽히고 있다. 결국 이번 파업으로 인천지역은 물론, 이 병원을 찾는 전국의 애먼 환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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