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꽁꽁’…“한·일 갈등 장기화땐 더 심각해질것”

김영식 / 2019-07-30 11:32:12
여행업→제조업→교육업 연쇄 냉각 우려
▲ 한국 소비자들의 지출심리가 크게 얼어붙은 것으로 조사됐다.(사진=뉴시스)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최근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여행업에서 제조‧교육업으로 연쇄적이고 확산적인 냉각현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금의 한·일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제조업의 경우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韓 소비자 80% “하반기 소비 줄거나 이전과 비슷”


소비자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 소비자동향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매주 1,000명(매일 평균 143명), 매월 4,000~5,000명, 총 6개월 동안 2만6,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체감경제심리를 조사해온 분석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조사 항목은 주거비를 포함해 의료‧보건비, 교통‧통신비, 교육비, 의류비, 내구재 구입비, 외식비, 문화‧오락‧취미비, 여행비 등 총 9개 분야다.


결과 올해 향후 6개월 간 소비지출에 대해 10명 중 5명은 ’비슷할 것’(평균 47.4%)으로 내다봤고 ‘줄어들 것’ 3명(32.0%), ‘늘어날 것’ 2명(20.6%) 수준으로, 이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늘어날 것’보다 11.4%p 많은 셈이다.


5점 척도 결과를 평균 100점(최소 0, 최대 200)이 되도록 지수화한 값의 평균은 89.9였다. 이 값이 100보다 크면 ‘늘어날 것’이라는 소비자가 많고, 100보다 작으면 ‘줄어들 것’이 많음을 의미한다.


즉, 소비자 지출은 줄고 경기는 위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 10명 중 4명 이상은 여행비, 문화‧오락‧취미비, 외식비 지출 감소(40%대)를 전망했다. 내구재(자동차, 가전, 가구, 디지털기기 등) 구입비 감소를 예상한 사람의 비율도 비슷(39.1%)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 같은 소비 지출 억제가 여가산업에 이어 한국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나아가 교육 관련 산업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보인다”고 우려했다.


성별로는 여성보다 남성, 연령별로는 젊은 층보다 60대 이상 고령층의 소비지출 의향이 더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근로형태별로 소상공인의 경우 주류인 ‘사업자’ 계층 소비심리가 최하위로 집계돼 눈길을 끈다. 이들의 소비심리는 무직‧퇴직자보다 낮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등 경제정책의 한파를 일선에서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거주지역별로는 호남이 낙관적인 반면, 영남지역은 가장 보수적인 지출전망을 보였다.


연구소 분석 결과, 한국 소비자들은 주거비나 의료‧보건비 등 필수지출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지출 9개 항목에 대한 전망지수는 ▲주거비가 103.2로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의료·보건비 101.4, ▲교통·통신비 99.8 등 상위 1~3위 모두 ‘지출 탄력성’이 작은 필수지출로 채워졌다.


연구소에 따르면 해당 3가지 항목의 경우 일반적으로 ‘비슷할 것’이란 전망이 50%를 넘는 특징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들 항목의 지출은 줄이기도 어렵지만, 크게 늘지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3개 항목 아래엔 10점 이상 큰 차이로 ▲교육비(88.1) ▲의류비(86.4) ▲내구재 구입비(83.8) ▲외식비(82.8) ▲문화·오락·취미비(82.7) ▲여행비(80.9)가 자리했다. 이는 필수지출에 비하면 지출탄력성이 큰 항목들이다.


이에 따라 여행비와 문화·오락·취미비, 외식비 등 기호성 지출이 향후 6개월 간 위축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소는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필수적이 아니면 억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들 항목들의 지출 억제는 여행업 침체로 이어지고, 문화·오락·취미, 외식 등 유관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관광이 주요 산업인 지역에선 복합적 작용으로 더 심각한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내구재 구입비가 ‘줄어들 것’(39.2%)이 ‘늘어날 것’(19.8%)의 2배에 달하고, 의류비 지출 의향도 비슷하다(각각 36.5%, 18.8%)는 점에서 제조업 부문 부정적 기류가 감지된다.


연구소는 소비자들이 자동차나 가전제품, 가구 등 내구재 구입을 미루고, 의류 구입을 줄이는 등의 양상에서 제조업 전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 ‘과도한’ 경제 비관적 전망…극복해야 할 편견


또한 최근 일본의 한국에 대한 이른바 ‘경제보복’ 파장이 확산된 가운데, 이로 인해 촉발된 한·일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제조업에선 선제적 대응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연구소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경제 불안과 소득 감소를 예상하고 절약으로 대응한다”면서 “최근 본격화한 한일 갈등에 부정적 경제 전망이 더해지면 소비지출 성향은 더욱 내리막길로 치달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비 측면에서 여가산업에 이어 내구재·의류 등 제조업계와 교육 서비스 업종에 한파가 밀려오고, 제조업계는 생산과 판매의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연구소는 미래에 대한 과도한 비관적 전망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경제상황과 소비심리 간에는 ‘갭’이 존재할 수 있으며, 한국인의 경제 인식체계에 ‘네거티브’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글로벌 소비자 경제심리 조사기관 ‘더콘퍼런스보드’가 매 분기 실시하는 글로벌 소비자신뢰지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최근 4분기 연속 64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차지했다. 갤럽인터내셔널이 매년 실시하는 연말조사에서도 우리나라는 ‘단골’ 최하위권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소는 “이러한 조사 결과는 한국 소비자에게 '현실은 고통스럽고 미래는 암담하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음을 반영한다”며 “이는 사회 근간을 위협하는 잠재적 폭발 요인으로, 조속한 극복 없이는 건전한 경제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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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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