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목간은 성 내부 상단부 집수시설에서 북서쪽으로 이어진 하단부 추정 집수시설에서 발견됐으며, 그중 특히 주목받는 것은 ‘기묘년(己卯年)’이라는 기년(紀年)이 새겨진 목간이다. 함께 출토된 백제 토기와의 조합으로 볼 때 439년, 백제가 양주 일대를 점유하던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몽촌토성 목간보다 약 100년 이상 앞선 시기의 문자 자료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백제 문자 유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그 학술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백제의 제의(祭儀)와 주술, 그리고 복골(卜骨)
두 번째 목간에서는 더욱 이색적인 내용이 드러났다. 목간 양면에 ‘尸’자 아래 여러 글자를 새긴 부록(符籙)과 ‘天’·‘金’ 글자가 함께 확인된 것이다. 이는 중국이나 일본의 부적과 유사한 양상으로, 국내에서는 확실한 주술적 성격을 지닌 ‘주부(呪符) 목간’으로서는 가장 오래된 사례로 보인다. 특히 점복에 쓰인 복골(卜骨)들이 함께 발견되어 목간의 성격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며, 당시 산성 내부에서 제의적 행위가 실제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단서로 꼽힌다.
고구려 지명 ‘금물노(今勿奴)’ 등장… 접경의 역사를 말하다
세 번째 목간에서는 뜻밖에도 ‘금물노(今勿奴)’라는 지명이 확인됐다. 이는 『삼국사기』 지리지에 기록된 고구려의 옛 지명, 오늘날 충북 진천 일대로 추정되는 지역이다. 백제 토기와 함께 고구려 지명이 새겨진 목간이 한 곳에서 출토된 것은 양주 일대가 5세기 중반 백제와 고구려의 치열한 세력 경계에 있었음을 실증하는 증거로 평가된다.
저습지에서 피어난 1500년 전의 삶의 흔적
이번 발굴이 이루어진 북서쪽 하단부 저습지 일대에서는 목간 외에도 백제 토기, 목기, 복골, 수골, 씨앗류 등 생활과 제의 양면을 보여주는 다양한 유물이 다량으로 출토됐다. 이러한 자료들은 5세기 당시 양주대모산성의 주거, 의례, 식생활까지 복원할 수 있는 귀중한 단서로 평가된다.
양주대모산성에서는 이미 지난 2023년 후삼국시대 태봉국 목간이 출토된 바 있다. 이번에 발견된 백제 목간과의 연속성을 고려하면, 대모산성은 5세기 백제에서 10세기 태봉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점유된 교통·군사 요충지였음을 입증한다.
“경기 북부 본가 양주, 고대사 연구의 중심으로”
양주시는 2018년부터 연차 발굴 조사를 진행하며 대모산성의 역사적 성격을 밝히는 데 주력해 왔다. 시는 오는 11월 28일 '양주대모산성 15차 발굴조사 현장 공개회'에서 이번 목간 4점을 최초 공개할 계획이다.
강수현 양주시장은 “이번 발굴은 양주가 고대 한반도 교류와 문명 변동의 중심이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성과”라며 “양주를 ‘경기 북부 본가’, ‘역사 문화의 중심 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라고 밝혔다.
세계로컬타임즈 / 김동현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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