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전 장관 “한반도 정세, 국민적 통합·결기 있어야”

이효선 / 2019-09-05 12:35:43
‘제10기 통일지도자 아카데미’ 4일 세계일보 유니홀에서 개강
▲ 서울 광화문 세계일보 유니홀에서 4일 열린 제10기 통일지도자 아카데미 개강식에서 화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 왼쪽 여섯번째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 세번째 황정미 세계일보 부사장 겸 편집인, 네번째 박귀종 세계일보 조사위원 중앙위원회 의장, 다섯번째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첫번째 김규영 세계일보 평화연구소 소장)

 

[세계로컬타임즈 글·사진 이효선 기자] 한반도 통일을 위해 선두적인 역할을 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 변화에 맞춰 각계 전문가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구축하기 위한 지도자를 양성하는 제10기 통일지도자 아카데미 개강식이 열렸다.

 

4일 서울 광화문 세계일보 유니홀에서 내빈과 수강생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개강식은 10기를 맞은 통일지도자 아카데미의 의미를 더했다.

▲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이 격려사를 전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은 축사를 통해 “조국통일의 정론지로서 세계일보는 남북통일과 한반도 통일 정책에 큰 관심을 가지고 통일지도자아카데미 커리큘럼을 통해 신통일 한국시대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신통일 한국을 위한 통일지도자로서 우뚝 설 수 있는 커리큘럼을 위해 해당 분야의 최고 강사를 모셨으며, 통일지도자 아카데미와 함께 한반도 평화통일 그날을 위해 세계일보는 밀알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박귀종 세계일보 조사위원 중앙위원회 의장이 축사를 전하고 있다.

이어 박귀종 세계일보 조사위원 중앙위원회 의장은 “통일지도자아카데미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지도자 육성의 장으로, 오늘 10기 개강을 맞아 지난 9기까지 최고 수준의 통일교육으로 자리매김했다”며 “통일에 이르는 길을 향한 통일지도자 아카데미가 평화통일의 초석으로 이바지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아카데미는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북한대학원대학교 5‧6대 총장을 지낸 송민순 강사의 특강으로 시작했다.
 
그는 ‘한반도 현실과 통일외교 정책’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통일외교안보정책 실장을 지내고 북한 핵문제 6자회담에도 참여했다”며 “하지만 전문가로서 어떠한 해결점도 다하지 못한 부족함이 있음을 너그러이 이해해 달라”며 겸손한 인사를 전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한반도 통일의 조건 

통일하는 것이 좋은가? 한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우리 스스로에 던져야 할 질문이다. 

의지와 방법에 대한 국민적 통합은 이뤄졌는가? 젊은 세대들의 통일에 대한 의문, 보수·진보의 이념적 편향성에 따른 논쟁, ‘통일을 해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라는 여러 방법론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통일을 감당할 재정역량은 있는가? 북한이 붕괴했을 때, 포용 가능한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한다. 과연 우리에게 ‘재정 건전성’은 있는가? 부채 비율로 볼 때, 독일 통일 당시 독일의 재정 국가 부채 비율은 40%에 비해 현재 한국은 60%가 넘는 상황이다. 

통일을 위한 외부적 조건이 갖춰져 있는가? 국제 정세 등 외부의 정치·경제적 흐름이 우리에게 유리한가를 살펴봐야 한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주변국 입장

동북아시아가 새로운 냉전으로 떠 오른 현재, 주변국들의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미국과 안보 동맹이 흔들리는 지금, 주변국들이 한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공개적으로 민주주의·시장경제·한미동맹을 유지하며, 통일되기를 원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통일에 대한 큰 관심은 없다. 

중국은 미국보다 한반도 통일에 관심이 많으나 외세 개입 즉, 주한미군 없이 자주적 의지에 의해 평화적으로 이뤄지길 원한다. 

일본은 동아시아 패권 전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싶어 주변국에서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아시아에서 미·중 패권경쟁에서 중국이 우위를 장악할 경우 일본은 설 곳이 없어지게 돼 위협을 느끼고 있다. 

러시아는 한반도 통일이 자국의 아시아 정책에 부합하지만, 실제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신 냉전 도래와 한반도 미래 

1990년대 미·소가 세계를 제패하기 위해 냉전시대를 구축했다면, 지금은 미·중이 무역 관세전쟁을 통해 새로운 냉전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중국 입장에선 일본·필리핀·동남아·한국 등이 중국의 영향력 안으로 들어와야 하고, 미국 입장에서 볼 땐, 미국의 영향력 범위 안에 동아시아가 있기를 원한다. 그런데 한반도는 그 사이에 끼어 있어 미·중 패권전쟁 속에 지정학적으로 충돌하는 위치에 있는 상태다.
 
1990년대 냉전시대에 소련은 공산주의라는 제도로 인해 붕괴됐다. 하지만,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독특한 제도로 성장하고 있어 아시아·태평양 패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미국의 관세 전쟁으로 불붙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정책을 펼 때, 한반도 뒤에 있는 중국을 겨냥하고 미국의 입지가 어떻게 강화될 것인가를 고려한 정책을 위해 고심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사드(THAAD)로서, 사드를 배치하고 있는 한국과 선을 긋는 중국을 보면 알 수 있다. 미·중 사이의 냉전을 한국이 뒤집어쓰고 있어 사실상 냉전의 희생물인 상황이다. 

남북 관계와 북한 핵 문제

1. 어떤 상황에서도 전쟁은 피해야 한다는 한국 ‘어떤 상황에도 전쟁은 피해야 한다’는 명제는 맞다. 전쟁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당연한데, 그것이 오히려 약점으로 돌아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남북 관계에서는 핵이 문제다. 핵이 최대의 무기다. 북한의 선의에 의존하면 그게 약점이 된다.

북한은 핵을 왜 포기 안 하는가? 아니 못 하는가?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는 북한, 안전보장장치를 항상 요구하는데 북한이 말하는 안전보장장치는 정치·군사·경제의 보장이다. 

2. 안전보장장치 확보까지 핵을 보유한다는 북한 북한의 정치는 내부 문제(내정)에 대한 간섭을 철저히 차단하고, 자치권 행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미군의 핵우산이라는 안전장치를 확보하고 있지만 북한은 핵무기가 사실상 군사적 보장이다. 그래서 미군 철수를 끈질기게 요구하는 것이다. 나아가 한반도 주변 국가에 대해 무기 배치를 금지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곧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것과 같다. 

3. 국제적 경제제재를 해제해야 경제가 산다는 북한 1970년대는 북한이 한국보다 경제 수준이 더 높았는데 지금의 현실은 후진 경제로 인해 주민들이 기아(饑餓)에 허덕이고 있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미국 등 국제적인 경제제재 해제를 통해 경제 발전을 이루도록 지원해 경제적인 자립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이 3가지가 보장되면 핵을 포기하겠다는 북한은 과연 현재 어떠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가?


통일외교 정책의 방향
핵무기 보유 이전과 이후의 북한을 감히 ‘기원전과 기원후’라고 해보겠다. 

북한의 실체를 그대로 본다면 핵무기를 만들지 않고서는 정권이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정권 유지를 위해 핵무기는 필수불가결한 도구다. 핵무기만이 영원한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다. 

핵을 만들고 나면, 소유한 자와 소유하지 않은 자의 차이는 상상 초월이다. 핵무기를 가진 자는 가지지 못한 자에 대해 넉넉한 자신감이 있다. 우위를 점유한 상태에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할 수 있는가? 

새로운 안보 구도…미국 핵우산 명암, 핵 균형론 우리가 ‘핵을 쓰겠는가?’라고 묻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핵을 쓴다는 것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 핵폭탄을 터뜨려 사용한다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핵이 터지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안전할 수 있을까? 

핵 보유 북한과 교류협력 한계…단기적 진전 난망 최근 러시아·중국이 동해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일본은 군사대국의 야심을 키우고 있으며, 방위비 분담 등 주한미군 주둔은 불안정한 상태다. 이처럼 주변국의 압박은 점점 거세지고, 미국과의 동맹은 약해지는 등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북한에 휩쓸리면서, 주변국들에게 온갖 갑질을 당하면서도 절대 전쟁을 하면 안 된다고 우기기만 할 것인가? 

▲10기 통일지도자 아카데미 수강생들이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 한 경제제재 해제는 있을 수 없다. 그렇기에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 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북한이 핵을 먼저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은 무엇을 할 것인가? 

송민순 전 장관은 이처럼 한반도 국내 현황과 국제 정세 등에 대해 강의한 후 “현재처럼 일관성·지속성 없는 정책 방식으로는 어렵다”며 “국민적 통합과 결기가 있어야 하는데 5년마다 정권이 바뀌고 차기 정권은 어떻게 될지 모르고, 서로가 다른 생각으로 통일과 북한 비핵화에 접근하니 원하는 결과를 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강력한 행동이 필요하며, 제도적으로 중립적이며 꾸준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강한 의지와 신념이 필요하기에 대립적인 정치구조를 바꾸고, 독일처럼 2개 이상의 정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해서 안정적으로 가야 한다”는 개인적인 의견을 조심스럽게 언급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평화통일로 가는 길에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 현재 한반도 정세변화와 외교 상황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되짚어 보는 유익한 시간으로 한국이 평화통일로 가는 길에 통일지도자 아카데미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감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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