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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자규 시인 |
맛있는 말의 마구간
시인 이 자 규
울창한 심사의 마구간에 사는 말은
외로운 몇 고목이 늘 서 있는 하늘만큼
눈 깜박이며 귀 열고 있다
너의 그림자가 마차를 끌고
벌건 대낮 지병을 덜커덩거릴 동안
절룩거리는 말은
검은 안장을 살며시 혀로 닦았다
내리는 눈발마저 백마의 아날로그조로 우기며 달려와선
북카페 모퉁이 말의 냄새만 번지고 있다
너는 내려치는 채찍이고 방울이다
눈에 물처럼 두근거리며 분명한 이유가 흐르고
울창한 심사의 마구간에서는 지금이라도
들이닥치는 숲속의 말 기척으로 와서
말은 사나운 바람 소리를 아작아작 되새김질하며
견고한 시간을 넘기고 있다
지금은 쪽창으로 말을 읽으며 말을 쓰며
더러는 말발굽의 질량을 만지며
또다시 쓸쓸히 시리고도
높은 지금을 말의 안장에 모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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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약력
경남 하동 출생. 2001 계간「시안」으로 등단
시집; 『우물 치는 여자』 『돌과나비』 『아득한 바다, 한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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