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비리는 한국 사회 비리의 종합세트 같다. 개발업자와 고위층의 결턱에 서민들만 피해보는 구조다. 고구마 줄기 뽑히듯 새로운 의혹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복마전의 실체가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당장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월급 300만원 안팎을 받으며 6년을 일하다가 퇴직금 50억 원을 받은 게 26일 드러났다. 충격적이다. 곽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에서 탈당했다.
문제는 어떻게 민간개발업자들이 ‘일확천금’을 쥘 수 있도록 당초 설계가 돼 있느냐는 것이다. 대장동 사업은 처음엔 공영개발로 추진되다가 2010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을 포기하면서 민영개발로 바뀌었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민영개발 대신 수천억 원의 지방채 발행을 통한 공영개발을 추진했지만 성남시의회의 반발로 무산되자, 2015년 절충안으로 민관합동 개발을 택했다.
이 지사의 결정으로 민관합동 사업을 시행할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이 설립됐고,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최대주주(50%)가 됐다. 하지만 성남의뜰 자산관리를 맡은 '화천대유'와 관계회사(천화동인 1~7호)가 막대한 이익을 올리면서 특혜 시비가 불거졌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자본금 50억 원 중 25억 원을 출자해 1822억 원을 배당받은 반면, 1% 지분을 보유한 화천대유와 6% 지분을 갖고 있는 천화동인이 각각 557억 원과 3463억 원의 배당금을 챙겼기 때문이다.
사법당국은 끝까지 파헤쳐 누구든 법대로 처벌해야 한다. 사회정의 확립 차원이다. 그러나 실체 규명에 대한 당위론에 비춰 현실은 회의적이다. 경찰이 지난 4월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법인 계좌에서 현금 수십억 원이 인출되는 수상한 자금 흐름이 담긴 금융 자료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넘겨받고도 조사를 본격화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청은 FIU에서 받은 자료를 서울경찰청에 내려 보냈고, 서울청은 이를 직접 수사하지 않고 용산경찰서에 넘겼다. 용산서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최근에야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법인이나 대표 등의 계좌 추적을 통해 자금 흐름을 규명하는 게 통상적인 수사 절차인데도 기본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경찰이 사실상 5개월 동안 수사를 뭉개고 있었던 셈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특별검사 도입 법안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 의지가 미덥지 않기에 특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1원이라도 이득을 봤다면 후보는 물론 공직도 사퇴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정조사와 특검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대장동 사건이 설립 취지에 합당한 만큼 엄정 수사에 나서길 촉구한다. 대법관과 검사장 출신 등 법조계 고위직 인사들이 대장동 개발사업에 연루된 정황이 나오고 있어 모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퇴직한 판·검사도 공수처 수사대상이다. 검경, 공수처 모두 파사현정 차원에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 국민적 의혹을 조속히 풀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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