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詩] 장항선 풍경

홍윤표 / 2022-07-27 14:36:22
시인 유현숙

장항선 풍경

- 예산역

  시인 유 현 숙

 

기차는 충청 내륙을 관통하고 거기서는 호흡을 골라야 하네

어조는 순하게 억양은 낮게 시간은 더디게 흐르고

오래 길 든 언어들이 기다리고 있네

예산역에서 기차를 버리고 수덕사 가는 버스에 오르면

그날은 으레 삽교 장날이네

소금구이 집 앞에 모인 촌로 몇, 골 진 주름이 깊고

턱수염 아래로는 과거 같은 막걸리 방울지네

저 사람들, 내륙의 따순 볕과 황톳빛

바람결에 살이 익은 삽교 사람들 아닌가

수덕사에 닿으면 그때 그 집에 들어 여장을 푸네

밤 깊어도 뜨락은 밝고 백양나무 가지에는

시리우스좌, 오리온좌가 걸려 있네

그 밤에 느닷없이 별자리 아래로 거뭇거뭇 내리는 것이 있어

손바닥을 펴들고 서서 쳐다보네

, 밤눈이구나.”

떨어져 패인 별자리에 눈발 덮이고

드잡이했던 기억들

뜨거웠던 말들

거웃에 묻은 마른 피 조각들 털리 듯 떨어져 내리네

장항선에서 내린 밤에는 언제나 별이 내리네

사람이 그리워지면 기차를 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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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약력

 

동양일보』 (2001), 문학.』 (2003)으로  등단.

시집 몹시』『외치의 혀』『서해와 동침하다상재

한국아르코창작기금 수혜

10회 <미네르바 작품상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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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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