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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루 필름 작업자.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예술은 늘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작품전시가 개최되고 있으며, 수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내적 외적으로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대중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예술가의 작업 결과물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힘들다. 예술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기 전에는 완벽한 소통이 아닌 순간의 감성 소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사진작가 변성진의 <예술가, 그게 뭔데?>는 이런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갈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예술을 위해 자신의 삶을 사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예술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예술이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등등 예술가 이야기를 군더더기없는 질의·응답 형식으로 들어봤다.
관련 릴레이 인터뷰 중 열아홉 번째로, 전통적 ‘필름’을 지키며 사진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 이루 필름 작업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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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동.ⓒ이루 |
Q: 자기소개.
A: 충무로에서 현상소를 운영하며 많은 사진가들을 만나고 있으며, 사진 작업도 간간이 병행합니다. 다만 직업 특성상 다른 분들의 사진 작업물을 더 많이 보기 때문에 사진작가라고 불리는 건 여전히 내 옷 같지 않은 어색함이 있습니다.
Q: 작업 또는 활동 사항이 궁금합니다.
A: 사진 작업은 동호회나 커뮤니티 위주로 소소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보다는 여러 작가의 사진을 현상하고 스캔하며 만지고 다듬고 가꿔내는 일에 시간을 더 많이 쓰고 있습니다. 나름 꾸준히 사진 촬영을 하고 있지만, 주제적 작업이라기보다는 생활 스냅에 가까운 것들을 편안하게 담아내는 일상 스케치 정도며, 디지털과 필름을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Q: 지금 하는 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A: 한때는 ‘내가 왜 뒤늦게 필름 현상소라는 사양산업을 직업으로 택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지키고 있어야 할 분야라고 느낍니다. 지난 몇 년간 필름 사진에 대한 ‘반짝’ 붐이 오면서 꽤 많은 분이 이 업계에 새로 창업했습니다. 여러 유행이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습니다만 정통적인 필름 사진이라고 할 만한 분야를 ‘꼰대스럽게’ 추구해보고 싶습니다. 이쯤 되면 나름 천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필름이냐 디지털이냐에 대한 화두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A: 영화도 필름으로 촬영하는 걸 고집하는 감독이 있습니다. 사진도 필름만 고집하는 분들이 있죠. 가장 어려운 부분은 비용과 불편함입니다. 그것만 아니라면 사진상 표현할 수 있는 특유의 색감과 손맛 등은 필름이 디지털보다 훨씬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리고 필름이라는 물리적 결과물이 남아서 수집하듯 남길 수 있다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디지털도 좋습니다. 즉시성과 유통성(온라인에서 즉시 공유될 수 있는)에서 필름은 디지털을 따라가기 어렵고 조금 더 편안하게 비용 부담 없이 컷을 담을 수 있거든요. 화소나 다이내믹레인지 같은 성능에서 디지털이 필름을 뛰어넘었다는 건 벌써 오래된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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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의 시드니.ⓒ이루 |
Q: 그런데도 필름 사진에 입문하려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카메라가 있다면?
A: 단연코 기본에 충실한 표준(50mm)렌즈가 달린 수동 일안반사식(SLR) 카메라들입니다. 가격 면에서나 필름과 노출, 구도, 필름의 사용 등 모든 면에서 배우기가 가장 쉽습니다. P&S라고 불리는 일명 ‘똑딱이’ 자동카메라도 좋습니다. 어렵게 배울 필요 없이 필름 사진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기도 하거든요.
Q: 필름 사진 입문, 이 정도는 알고 시작하자.
A: 사실 요즘은 필름 사진을 하고 싶다는 동기가 사진의 가치보다는 유행이나 패션, 혹은 감성에 많이 치우쳐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사진을 즐겁게 즐기는 것도 좋지만 진지한 방향으로 해보고 싶다는 분들도 유튜브 같은 미디어에서도 정말 좋은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어서 예전보다는 훨씬 입문하기 쉬운 것 같습니다. 굳이 추천하자면 필름 사진의 정통적인 가치, 기술, 감성 등에 관한 정보를 폭넓게 얻을 수 있는 구독자 수가 많은 외국 유튜버의 영상을 권해드립니다.
Q: 내 인생의 필름 카메라가 있다면?
A: 캐논 AE-1 입니다. 중학생이던 시절 아버지가 구입해서 저도 그 카메라로 인생 첫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있어요. “파인더를 들여다보며 뿌옇던 상이 선명해지고 가운데 동그라미 위아래의 어긋난 부분이 서로 일치하면 초점이 맞는 거고 옆의 바늘이 눈금 안으로 들어오게 셔터속도를 조절해서 숨을 참고 꾹 누르면 찰칵한다”라고 가르쳐주시던 아버지 말씀이 떠올라 그 후 20여 년 뒤 다시 구입해서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고요.
Q: 이제는 말 할 수 있다. 내가 선호하는 필름 브랜드 또는 종류는?
A: 필름이면 다 좋아했어요. 세상에 나쁜 필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상황에 맞게 용도에 맞게 본인 취향껏 선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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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이루 |
Q: 사업자 측면에서 본 본업 병행작가와 전업 작가 사이에서 고민하는 분들에 대한 내 생각 또는 견해.
A: 병행작가는 작업하기 위한 시간과 여유에 대해 고민하고 전업 작가는 대부분은 경제적인 면을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사진가라는 타이틀을 직업으로 본다면 작업의 가치와 의미를 떠나 일단 경제적인 부분이 반드시 해결돼야만 하므로 그 부분 때문에 병행인가 혹은 전업인가의 구분이 지어지는 거라고 볼 수 있겠는데, 저 역시 직업으로 현상소를 전업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그래서 다른 일을 하는 데 있어 많은 여유를 낼 수가 없습니다.
상업사진가라면 몰라도 많은 전업 사진작가들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경우를 많이 봅니다. 전업이지만 생계를 위해 프리랜서 활동이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면 사실상 겸업인 셈이고, 그것은 작업을 위한 계획에 제약이 따른다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요즘 많이 얘기하는 경제적 자유를 얻은 후에 전업 사진가가 되면 너무나 좋겠기만 쉽지 않은 일이죠. 그러므로 저는 전업이나 병행 혹은 겸업이냐를 떠나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사진 작업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의 비중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계속 전진하는 데 지지하고 응원을 보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계속해서 좋은 사진을 만들어내는 작업자 중 한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여건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이 자리를 지킬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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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제.ⓒ이루 |
Q: 나는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A: 사진을 사랑하던 사람. 사진은 잘 찍는지 모르겠지만 뽑는 건 참 잘하던 사람. 필름 작업하는 사람으로서의 자부심이 있는 사람이지만 그냥 이런저런 소통하며 지내던 아저씨였던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변성진 작가/ 자료제공: 이루 필름 작업자/ 편집: 김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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