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화성특례시, “230년 전 정조의 길을 따라”… 시민이 함께 만든 효의 장엄한 행렬

이숙영 기자 / 2025-09-28 15:07:30
- 사도세자 향한 아들의 마음, 오늘날 시민 축제로 이어져 세대 간 울림 전하다
정조대와 효문화제 개막식에서 정명근 화성특례시장과 배정수 의장이 죽산마에 불을 붙이는 죽산마 소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세계로컬타임즈]  정조대왕의 효심과 애민 정신을 기리는 ‘2025 정조대왕효문화제·정조대왕능행차’가 9월 27일 화성특례시 정조효공원과 융릉 일원에서 성대하게 막을 올렸다.

18세기 조선의 군왕이 보여준 숭고한 효행과 백성 사랑이 21세기 도시 축제로 재탄생하며, 화성시민과 전국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울림을 선사했다.

정조대왕효문화제는 2002년부터 이어져 온 화성특례시 대표 역사문화축제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조선 최고의 명당이라 일컬어진 현륭원(지금의 융릉)으로 옮긴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며,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을 맞이한다.

축제 첫날 밤, 4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한 ‘현륭원 천원(遷園)’ 야간행렬은 압권이었다. 선소리와 함께 장엄하게 이어진 행렬은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정조가 지녔던 깊은 효심을 시대를 넘어 공유하는 장이 됐다. 관람객들은 “마치 230여 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했다”는 소감을 내놓았다.

2025 정조대왕 효문화제 개막식에서 정조대왕의 효심과 애민 정신을 주제로 한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개막식에서는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이 26명의 효행자에게 ‘효행상’을 시상했다. 이는 정조가 양로연에서 노인들에게 왕의 앞자리를 내어주었던 일화를 재현한 것이기도 했다. 수상자들에게는 개막식 좌석의 가장 앞자리가 배정돼, 현대적 효행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또한, ‘하현궁 퍼포먼스’에서는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잔치에 복사꽃을 드린 일화를 바탕으로, 주요 내빈들이 재궁 위에 복사꽃을 헌화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전통과 상징성이 어우러진 퍼포먼스는 관람객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죽산마(竹散馬)에 횃불을 붙이는 ‘죽산마 소지 퍼포먼스’는 장례식에서 영혼을 천상까지 봉송한다는 전통적 의미를 담아 웅장하게 펼쳐졌다. 여기에 무예와 미디어 아트를 결합한 주제 공연 ‘무예, 효를 깨우다’, 그리고 1,000대 드론이 밤하늘을 수놓은 라이트쇼가 이어졌다. 화려한 불빛과 전통적 상징이 조화를 이루며 축제의 밤을 장식했다.

2025 정조대왕 효문화제에서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이 무예 시연을 관람하고 있다.

정조효공원에서는 종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조선시대 무예 시연, 국악 공연, 전통 복식·놀이·매듭 체험, 봉심의 체험, 융건릉 역사 산책 등이 마련돼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참여율이 높아, 세대를 아우르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지역 상인들은 “축제 기간 관광객 유입으로 매출이 20% 이상 늘었다”며 경제적 파급 효과에 기대를 보였다. 축제가 지역 상권 활성화와 관광산업 성장에도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 정조대왕 효문화제 개막식에서 정명근 화성특례시장 등 내빈들이 재궁 위에 복사꽃 헌화를 하고 있다.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은 “정조대왕 시절이 조선의 찬란한 황금기였다면, 오늘의 화성특례시는 그에 견줄 새로운 황금시대를 펼쳐가고 있다”며 “이번 축제에서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효심이 깃든 역사문화 도시 화성특례시만의 매력을 느껴달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가 단순한 축제를 넘어, 도시 브랜드 가치 제고와 시민 정체성 강화에 기여한다고 평가한다. 경희대 문화콘텐츠학과 이 모 교수는 “정조대왕의 효 정신을 현대적 문화 콘텐츠로 재해석해 관광·경제 효과뿐만 아니라 공동체 의식 함양에도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2025 정조대왕효문화제는 단순한 역사 재현이 아니라, 효와 애민 정신을 현대적 언어로 풀어낸 도시 축제였다. 전통과 첨단 기술, 시민 참여가 어우러진 이번 행사는 화성특례시가 지향하는 ‘역사문화도시’의 면모를 보여주었고, 나아가 지역 경제와 문화 발전의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세계로컬타임즈 / 이숙영 기자 pin8275@naver.com

[저작권자ⓒ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숙영 기자

이숙영 기자

뉴스, ESG, 지방자치, 피플, 오피니언, 포토뉴스등 기사제공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