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소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사진=뉴시스)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올해 경제성장률이 더욱 둔화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최근 부동산‧주식시장 내 유동성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기준금리는 유지됐다.
◆ “통화정책 완화 기조 당분간 유지할 것”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현재 연 0.50%인 기준금리를 동결키로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결정은 금통위원 7명 만장일치로 이뤄진 것으로, 연내 추가인하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한은은 지난 3월과 5월 기준금리를 각각 0.50%p, 0.25%p 내린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경기침체가 빠르게 진행되자 이른바 ‘빅 컷’을 단행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 경제가 사상 최초 ‘제로 금리’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당초 –0.2% 수준으로 전망됐으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더 내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해 침체에 빠진 국내 경기를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한은은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국내 경제는 수출 감소세와 건설투자 조정이 이어진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되면서 부진한 흐름을 지속했다”며 “고용 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수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계속 부진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완만한 개선 흐름을 나타내겠지만 소비와 수출의 회복이 당초 전망보다 다소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올해 GDP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0.2%)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번 동결 결정의 배경에는 최근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과열 양상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가금리 인하가 실현될 경우 부동산·주식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금통위는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전월 대비 크게 확대됐고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 오름세가 뚜렷해졌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여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특히 제로금리 시대, 사상 초유의 낮은 기준금리로 시중 유동성이 크게 불어난 가운데, 급격히 늘어난 ‘갈 길 잃은’ 자금이 소비‧투자 등 실물경제에 유입되지 않고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으로 대거 몰리면서 가격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최근 정부의 수많은 부동산정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계속 뛰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첫째주 서울의 주간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11%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7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실물경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기부진이 심화돼 추가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금리 외 대출‧공개시장운영 등 다른 정책수단을 활용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국내 기준금리 동결로 미국 연방준비제도 기준금리(3월 0.00∼0.25%로 인하)와의 격차는 0.25∼0.5%포인트로 유지된 가운데, 금융·외환시장 상황은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6월 말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84%로, 작년 말보다 1.36%가량 낮았다.
금통위는 “금융시장은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축소 등에 힘입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주가가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이 상당폭 하락했으며 장기시장금리는 좁은 범위에서 등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코로나19 전개 상황과 국내외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그간 정책대응의 파급효과 등을 면밀히 점검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