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반발 속’ 중대재해법 시행령 국무회의 통과

김영식 / 2021-09-28 16:51:15
내년 1월 27일 시행
▲ 지난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가능케 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결국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다만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향후 사회적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과로사 질환 빠져”…“준수의무 내용 모호”

고용노동부는 28일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이 아닌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틀”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시행령은 내년 1월 27일부터 적용 예정인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위임한 내용을 구체화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고용노동부와 법무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법에서 위임한 세부 내용인 시행령 제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 위반을 판단해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처벌 수위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 법인은 ‘50억 원 이하 벌금’이다.

이번 시행령은 안전·보건확보의무도 구체화했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을 위해 사업자는 사업·사업장 안전보건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하도록 했다. 상시 근로자가 500명 이상이거나 시공능력 상위 200위 내 건설사업자의 경우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6개월에 1회 이상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개선하는 한편, 재해예방용 인력·시설·장비 등 예산 편성도 해야 한다. 안전보건관리 책임자 등에겐 필요한 권한과 예산을 부여해야 한다. 아울러 재해 발생에 대응하기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반기에 1번 이상 점검해야 한다.

시행령은 안전보건교육 미이수에 대한 과태료도 설정했다. 안전보건교육은 안전·보고에 관한 경영 방안과 중대산업재해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책을 포함해야 한다. 교육은 20시간 이내에서 참여자 부담으로 이뤄지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1차 1,000만 원, 2차 3,000만 원, 3차 5,000만 원의 과태료를 각각 지급해야 한다.

문제는 입법 과정에 이어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도 순탄치 않은 행보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노동계에서는 법적용 대상인 직업성 질병에 과로사 원인으로 지목되는 뇌심혈관 질환 등이 빠졌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경영계 역시 경영 책임자 의무가 모호하고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과도한 처벌이 우려된다며 법 시행을 반대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입법예고 기간인 지난달 18일부터 이틀간 노사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토론회를 열었다. 하지만 노사 양측은 당시 요구 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시행령 제정안을 살펴보면 직업성 질병 범위는 각종 화학물질에 의한 급성중독과 급성중독에 준하는 질병 24개로 최종 확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 중대산업재해로 판단하고, 구체적인 질병은 시행령으로 규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시행령에서는 직업성 질병을 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급성중독, 보건의료 종사자에 발생하는 혈액전파성 질병, 산소결핍증, 심부체온상승을 동반하는 열사병 등을 대상에 포함했다.

결국 그동안 노동계가 요구해온 뇌심혈관 질환 등은 포함되지 않은 셈이다. 향후 과로에 따른 뇌심혈관 질환으로 택배 노동자들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택배사들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된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경영계 불만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경영책임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법률상 불명확성을 해소하기에 한계가 명확하다”며 “무엇을 지켜야 할지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엄한 형벌에 처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 시행령은 지난 7월 12일부터 8월 23일까지 40일간의 입법예고 뒤 차관회의를 거쳐 이날 국회에 상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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