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詩] 구멍 난 양말

홍윤표 / 2022-07-14 17:22:51
시인 이병연

구멍 난 양말

                 시인 이 병 연

 

양말 끝에 오백 원짜리 동전만한 구멍

가만히 들여다보니

엄지발가락의 얼굴이 편안합니다.

 

끝날 줄 모르는 지초봉 경사로에서

발끝에 수없이 부딪히는 충격을 오롯이 받아낸 양말

 

얼음장 같은 내 손 붙들고

여자는 몸이 차면 안 된다고

쓰디쓴 익모초즙 들고

줄행랑치는 나를 발이 닳도록 쫓아다닌 어머니는

집안에 들이치는 한파를 온몸으로 받아낸

삭지 않는 나일론 양말이 아니라

닳아버리는 면양말이었습니다.

 

찰싹거리는 칼바람에 불그죽죽 볼이 터져도

언 손에 미끄러진 도시락 발을 동동 굴러도

집에 돌아오기만 하면

나는 구멍 난 양말 속 엄지발가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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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약력

 

충남 공주 출생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공주대 대학원 문학석사

국어 교사이인중 교장 역임

2016년 계간시세계신인상 등단 2021년 제16회 한국창작문학상 대상시집꽃이 보이는 날외 길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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