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on de Celine] 인생이라는 빛과 춤추고 싶은 그대에게

Celine

jwhaha@nate.com | 2020-10-16 08:21:41

에린 한스(Erin Hanson)에 대해

가끔 창이나 베란다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싫어 하루 종일 블라인드를 내려놓고 있을 때가 있다. 밖이라는 세상과 단절하고 싶어 오롯이 나만의 세상에 존재하고 싶은 때가 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나만의 세상을 향해 블라인드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을 보며 "너는 가려도 가려도 가려지질 않는구나"라고 말하고는 결국 블라인드를 열게 된다. 

살아 있기에 햇살을 맞아야 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셔야 한다. 죽은 자와 같은 생활을 하기에 세상은 너무도 넓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는 사실을 매일 깨달으면서도 실천이 왜 그리 쉽지 않은지 모르겠다.

에린 한스(Erin Hanson 1981-현재)의 그림은 언제나 나를 싱그럽게 한다. 그 싱그러움이란 고조된(?) 상태의 감정이 아닌 깊은 심연으로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미국에서 태어난 현대 최고의 인상주의 화가로 손꼽히고 있는 화가다. 그녀의 작품에는 많은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고흐의 그림에서 느낄 수 있는 거칠고 두꺼운 붓질과 독일 표현주의 화가들이 추구했던 생명의 꿈틀거림에 대한 선명한 색상과 호크니의 말년 작품들 중 색이 캔버스 밖으로 흘러나옴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녀에게서 '빛'이란 캔버스를 가득 채우는 가장 중요한 소재다. 

ⓒ에린 한슨. 오솔길(71.12x101.6cm/oil on canvas/2014/개인소장) (그림=위키아트)

 

늦은 가을 누군가와 함께 오솔길을 걷는다. 아니면 혼자 걸을 수도 있겠다. 조용히 말없이 걸어본다. 바람 소리 그리고 새들의 재잘대는 소리, 사그락 가을의 잔재가 밟히며 내는 소리, 바람 소리, 그 길을 걷는다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질 것 같은 느낌이다. 

 

한슨의 오솔길은 마치 엘리스가 우연히 토끼를 따라 도착했던 비밀의 동굴과 같다. 금세라도 이상한 나라의 토끼가 뛰어나와 "자~~ 저를 따라 오세요" 나는 밑도 끝도 없이 그 토끼를 따라갈 것만 같다. 저 끝에 내 발길이 닿으면 무엇이 존재하고 있을까? 아니면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러한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나무들과 쏟아지는 빛! 

 

나무들은 나란히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지와 가지가 연결돼 하나의 터널을 만들어내는 효과를 자아내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거친 붓질로 인해 붉은 낙엽이 가득한 바닥은 마치 융단을 깔아 놓은 듯 폭신거린다. 멀리서 조용하고 아늑한 그 오솔길을 바라보았을 때 느끼는 동화적 감정은 어른이 된 이후 쉽게 느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한슨의 그림 속 오솔길은 잊고 살았던 그 동화적 감정의 온도에 서서히 온기를 불어넣어 준다. 이어진 가지에 붙어 있는 나뭇잎들은 바람과 함께 춤을 즐기는 듯 보이며, 그 속으로 쏟아져 내리는 빛은 부드럽게 그림을 매만지고 있다. 그래서 보이지 않지만 빛이란 것이 그림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우리는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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