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방의원이 찾는 사랑과 행복의 시간

온라인뉴스팀

news@segyelocal.com | 2016-11-21 09:25:29

위 등 장흥군의회 의원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아침잠을 깨운다.

새벽 6시30분! 필자의 아내는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데, 가게 문에 초인종이 없다보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그것을 대신하는 것이다. 잠을 떨쳐내고 문을 열어보니, 지역 어르신 한분이 편지 봉투 한 장을 들고 외로이 서 계신다. 관공서에서 갑자기 편지가 와 무슨 내용인지 몰라 당황해서 찾아왔다는 말에 봉투를 열어 서류를 살펴보니 어르신 소유의 논이 도로에 편입되어 보상금을 수령하라는 내용이다. 우리에겐 사소한 일 일지도 모르나 홀로 사시는 어르신에게는 관공서에서 온 서류 한 장이 부담이 되셨던 것이다.

9시! 어르신과 다시 만나 군청 건설과에 서류를 접수해드리니 그제야 주름진 얼굴이 활짝 펴지시며 그 밝고 환한 웃음에 필자 역시 절로 미소가 배어 나오는 그야말로 행복한 시간이다.

10시! 어르신 국악경창대회 행사에 참여 하기 위해 바쁜 걸음으로 복지관으로 향했다. 어르신 100여명이 반갑게 맞아주시고 그분들 중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으신 분도 계신다.

잊혀져가는 우리 전통문화의 맥을 잇고자 민요, 판소리, 고법 경연대회를 하는 모습에 코끝이 찡하다. 연신 손을 잡으며 즐거워하시는 모습에 “지화자 좋다!” 어깨동무 하며 춤사위를 함께 날리는 이 시간도 감동의 시간이다.

12시! 모처럼 의회사무과 직원들과 식사를 하러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전화가 울려 받아보니 지역구 후배들이 갑자기 사무실 앞으로 찾아왔다고 한다. 사무실 직원들에게 미안하다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 일어나 후배들에게 가서 사무실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함께 한다. 요즘 세상이 시끄러운데다가, 농촌은 가을장마가 지속되어 소 사육을 위한 겨울 사료로 쓰일 볏짚이 비에 젖어 가격이 두배 상승했고 또 벼가 마르기를 기다리다 보니 아직 가을 수확을 못한 집도 여럿 있다는 얘기다. 송아지 가격도 백만원이 넘게 하락하다보니 소 사육농가의 근심 역시 깊어만 가고 있다는 하소연도 덧붙인다.

젊은 사람들이 귀농하여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데 쌀 가격과 소 가격은 하락하고 그에 반해 볏짚을 비롯한 사료가격은 상승하여 의욕마저 사라진다 하니 마음이 무겁기만 한 위로가 필요한 시간이다.

착잡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직 가을걷이가 한참인 들녘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역과 주민을 위하여 그동안 경험과 능력을 최대한 살려 봉사하고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여 왔으나 주민의 입장에서는 어떠했는지 뒤돌아보는, 밥값은 하고 살아야하지 않겠나 하는 반성의 시간이다.

최근에 국내연수 중 들었던 교육 강사의 열띤 외침이 생각난다.

지방의원의 덕목은 지역과 주민을 위한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개인의 명예나 권력욕이 아닌 주민의 이익이나 신뢰가 우선되어야만 한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평상시에는 전화 한통 없다가 선거만 다가오면 고개 숙이는, 염량세태적인 의원이 되지 말라는 당부도 있었다.

의원은 유권자인 주민위에 군림하거나 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늘 희생하고 봉사할 것임을 새롭게 다짐하며 오늘 저녁에는 평소 연락하지 못한 아재들에게 살갑게 전화 안부라도 물으리라 결심하는 시간! 어느 지방의원이 찾는 사랑과 행복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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