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詩] 나의 아버지

황종택

resembletree@naver.com | 2022-01-11 09:37:34

시인 안중태

      

나의 아버지


                                  후암 안중태
 
나라 잃은 암울한 일제시대에 태어나신 아버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 속에서
시체 더미에 몸을 숨기며
두려움을 떨쳐 내신 아버지


청춘의 달콤한 신혼 생활도 잠시
홀연히 나비 되어 떠나신 아버지
봄 햇살 쏟아지는 만큼이나 그립습니다


사위를 잃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아픔을 겪으신
외할머니께서는 남매에게
밤낮으로 사랑을 채워 주셨지요


아버지의 못 다 핀 청춘을
수채화 그리듯 그려 주시며 피눈물 나는 심정을 토해 내셨지요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어머니 잘 모셔야 한다고
꿈을 심어 주셨지요


양심적이고 자상하셨던
아버지 보고파지는 봄날


억척같이 일하시고

천평의 옥토를 마련하시곤
수박 참외 고구마 감자 토마토 오이 온갖 농작물을 자식 키우듯 사랑하셨다는 아버지


오일장이 설 때면

농작물을 한아름 지게에 지고
내다 파셨다지요


가족을 생각하며

별빛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오시는 발걸음
이마에는 땀방울 송글송글 흐르고


벅차오르는 가슴속에
당신의 애틋했던 사랑을 그려 봅니다


그리움의 고운 햇살이 반짝이는 삼월
청보리의 푸른 잎이 나풀나풀 몸짓으로 다가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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