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택배 파업 ‘신선식품’ 배송 혼란…과로사 대안 시급
온라인뉴스팀
news@segyelocal.com | 2021-06-15 09:58:57
택배종사자가 또 ‘과로사’했다.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결렬된 가운데 택배 노동자 일부가 ‘우체국 점령’ 등 강경 파업을 하면서 곳곳에서 물량이 쌓여 혼란이 일고 있다. 택배 기사들이 분류 작업을 거부하고 '9시 출근·11시 출차' 파업이 이어지면서 앞으로 이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택배 배송 차질이 불가피하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조짐이 보인다.
들어온 택배 물량의 절반 정도가 출차하지 못했고 차량에 오르지 못한 물량은 센터에 그대로 쌓여 있다. 노조는 분류작업 인력을 즉각 투입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분류 작업이 택배기사 과로사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분류에만 기본 5시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정시 출·퇴근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당일 물량을 처리하지 못하면 그 다음날 물건이 들어와도 하차조차 못할 수 있다.
특히 파업이 일부 농산물 출하기와 맞물리면서 산지는 직격탄을 맞았다. 농촌에서 의존도가 높은 우체국택배가 신선식품 택배 접수를 제한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공산품이야 판매시기가 조금 미뤄진다 해도 특별한 문제는 없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선도가 떨어지는 농산물은 시기를 놓치면 판매 자체가 불가능하다. 며칠씩 보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농가가 일을 제쳐놓고 직접 도시까지 배달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이에 농가들은 고객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환불해주느라 품은 품대로 들고, 판매하지 못한 상품은 그것대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탓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농촌은 우체국택배 의존도가 높은데 전체 택배노조 조합원 5500여명 가운데 우체국 조합원이 2700여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택배 분류작업을 하지 않기 위해 지연 출근이라는 형식으로 투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정사업본부는 신선식품 택배 접수를 제한한 것으로 알려진다.
매실·초당옥수수 등 당장 출하기를 맞은 농가들은 아우성이다. 택배업체에서 기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발송 물량을 제한하고 있어서다. 또 몇몇 지역은 배송불가지역으로 분류돼 아예 송장 출력조차 되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다. 주문이 밀려들어도 배달이 안 되니 고객에게 일일이 연락해 사과하고 환불하는 게 일과가 됐다.
택배업체와 노조는 올해 1월 정부와 1차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에서 분류업무는 배송노동자의 업무가 아니고, 부득이 택배노동자가 분류작업을 할 경우 합당한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데다 택배업체에서 ‘적용시점 1년 유예’라는 조건을 내걸면서 파업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택배기사 처우 개선엔 공감하지만 배송 중단에 가장 민감한 농수산물을 볼모 삼는 것은 문제다. 택배기사의 열악한 처우 개선에는 공감하나 신선식품 위주로 배송을 거부하면 농축산물 판매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어 농민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산지에선 손쓸 도리 없이 파업이 하루빨리 마무리되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의 회의는 16일까지 예정돼 있다. 택배노조는 파업에 신중을 기하고, 택배사도 서둘러 대안을 마련하길 당부한다. 노사는 고객 입장에서 타협점을 찾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