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택 칼럼] 법‧제도 많아지면 ‘國亡’에 이른다
황종택
resembletree@naver.com | 2021-12-13 10:30:22
그렇다. 법은 공동체 질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담보 장치다. 백성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패가 된다. 물론 모든 일을 법으로 규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 백성의 자유와 창의를 방해하는 역효과를 초래한다. 기업 경영을 힘들게 하는 법과 제도는 마땅히 시대변화에 맞게 바꿔야 한다.
■규제개혁은 경제 활성화 동력
‘신규 규제 한 개에 기존 규제 두 개를 폐지한다.’ 규제 개혁을 통해 경제 활성화의 동력을 얻고 있는 미국 얘기다. 자연 규제 개혁이 이뤄지고 경제는 숨통이 트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영국 정부는 규제 총량을 줄이는 데 힘쓰고 있다. 영국에선 새 규제가 생길 때마다 기존 규제가 3개씩 사라진다. 2010년 도입한 ‘원-인, 원-아웃(One-In, One-Out·신규 규제 1건을 만들 때마다 기존 규제도 1건씩 없애는 내용)’ 규제 비용 총량제를 2016년 강화한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규제혁신을 외쳤다. 문 대통령은 규제혁신은 혁신성장을 위한 토대라고 할 수 있다고 전제, 새로운 융합기술과 신산업의 변화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는 반드시 혁파해야 한다고 밝혔다. 규제혁신은 경제활력의 모멘텀을 살리기 위한 당면과제이다. 지난 기간 동안 안팎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경제는 어느 정도 활력을 되찾았다.
한데 현실은 답답하다. 규제 혁파는 요원하다. 아니 더욱 기업을 옥죄고 있다. 예컨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중소기업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설익은 정책을 내놓아 재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수행해 온 대기업 규제 업무에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동원하고, 갑질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뛰어넘는 대대적인 대기업 규제가 추진될 것을 짐작케 하는 공약들이다.
이 후보는 가산디지털단지를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중소·벤처기업 정책 7대 공약’을 발표했다. 7대 공약 중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것은 대기업 갑질을 막기 위한 ‘대-중소기업 간 힘의 균형 회복’이다. 특히 이 후보는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공정위는 하도급거래, 대리점거래에서 발생하는 불공정거래에 대해 손해액의 최대 3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징벌적손해배상제를 운영 중인데,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할 수 있는 업종의 범위를 넓히거나 부과 액수를 높이는 방식의 개편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후보의 중소기업 육성 취지는 좋으나, 대기업을 ‘제제·응징의 대상’으로 보는 선악 구분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란 손해를 끼친 피해에 상응하는 액수만을 보상하는 전보적 손해배상제도와는 달리, ‘있을 수 없는 반사회적인 행위’를 금지하고 그와 유사한 행위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가 처벌의 성격을 띤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제도다.
■징벌적손배 확대에 기업 반발
형벌적 성격의 손해배상으로 기업이나 단체 등의 불법행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나 소송 남발 등으로 기업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제도다. 해석의 모호성도 있어 적용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예컨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협력이 많은데 거래관계가 끊겼을 경우 기술을 이용하는 대기업을 ‘유용’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게 대기업의 지배적 의견이다. 재계는 이 제도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 도입을 반대해 왔다.
세계는 규제개혁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전국시대 대표적인 법가인 ‘한비자’는 “균형을 헤아려 법을 만들고 백성을 인도해야 한다(量衡設法率民萌)”며 “세상이 달라지면 일도 달라지기에 처방을 달리해야 한다(世異事殊變處方)”고 말했다. ‘좌전’도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나라가 망하려고 하면 법과 제도가 많아진다.(國將亡 必多制)” 기업에 규제족쇄를 채우고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는가.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기업이다. 정부는 물론 정치지도자들이여, 기업과 가업인을 자유롭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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