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詩] 망치

홍윤표

sanho50@hanmail.net | 2021-12-13 12:46:52

시인 류순자

망치

      시인 류 순 자

 

내가 너무 오래

방어에만 집착했을까

오늘 바람의 손아귀 사이로

구부러진 세상을 본 순간

뿌리칠 수 없는 인연이라 여겼다

그 후 때리고 깨뜨리면서

나를 밝혀줄 이 누구일까

내 힘이 다 할 때까지

얼마나 내가 쓸모 있는지

보여주겠다

머릿속 자리하던 생각에도

바람은 몸을 피하고

햇살조차 몸을 피하는

나는 언제까지 세상의 기억을

아파해야 하나

몸을 던져 부딪칠수록

빛나는 나 폭력을 마구 휘둘러야만

더 빛나는 나를 알았을까

이 구석 진 세상 한 귀퉁이에 앉아

누가 인연일까 생각하는

오늘도 참으로 가슴 저린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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