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코로나 추석’…“뭉치면 위험 흩어져야 안전”
김영식
ys97kim@naver.com | 2020-09-16 13:17:15
정부, 특별대책 마련 불구 “허술함 여전” 지적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인류 최악의 전염병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지난 1월 국내 창궐한 이후 8개월여가 흘렀으나 여전히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맞이한 추석에 국민들의 감염 우려는 그 어느 때보다 커져가는 모습이다. 특히 추석은 또 다른 최대 명절인 설보다도 전국 이동량이 많다는 점에서 감염 불안을 더 키우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추석 폐지 요구’ 글에는 현실적 불안감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최근 게재된 ‘이번 추석 연휴를 제발 없애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에는 1만 명 이상이 공감했다.
청원인은 “다가올 추석연휴 (코로나19)가 걱정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며 “연휴를 공식적으로 없애야 서로 감정싸움이 안 일어난다”고 적었다.
이어 “코로나 때문에 못 간다고 말 한마디 못하는 답답한 심정 아나”라며 “안 그래도 어려운 시댁 더 가시방석 같을 거다. 한번 어긋나면 계속 어긋나는 게 인간관계”라고 했다.
이어 “청원을 이동 금지로도 생각해 봤지만 광화문집회를 겪고 나니 안 지켜질 거 같아 더욱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건 역시 연휴를 공식적으로 없애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추석은 우리사회 고유 전통‧문화가 강하게 작용하는 민족 최대 명절이다보니 이에 따른 인간관계가 가뜩이나 대처가 어려운 코로나19 시국과 맞물려 더욱 불안감을 조장한다는 취지다.
이외에 그동안 코로나19 국내 양상을 감안할 때 연휴 직후 확산이 반복됐다는 점에서도 강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시 주춤했다가도 이동량이 불어나는 연휴를 지나면 재확산되는 사례가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5월 초 연휴 기간 직후 이태원 클럽 등 집단 감염과 8월 광복절 연휴 상황이 그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추석 연휴기간 민족 대이동이 이뤄질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세간에서 추석을 앞두고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얘기가 마치 유행어처럼 떠도는 이유다.
이에 따라 추석 철도 승차권은 사전 예매 시 창가 쪽 좌석만 제한해 판매하는 등 전체 판매비율을 50% 수준으로 내렸다. 고속·시외버스도 비슷한 수준의 조치를 취했다.
중대본은 “고향 집에서는 제례 참석인원을 최소화하고 짧은 시간 머물러주시기 바란다”며 “친척을 만날 때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주기적인 환기 및 소독, 손 씻기 등 개인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방역당국의 경고에도 올 추석 철도 승차권 예매 현황으로 미뤄 ‘갈 사람은 가는’ 양상이 재현될 것으로 보여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지난주 8일 기준 추석 명절기간 열차 승차권 예매 결과 연휴가 시작되는 오는 30일 경부선 하행선 예매율은 99.2%를, 연휴가 끝나는 다음달 4일 예매율도 89.9%를 각각 기록했다.
경부선 기준으로 이날 새벽 시간대까지 모든 열차 예매가 완료된 것으로, 이런 예매율 수치는 작년 추석에 비해 되레 더 높은 셈이다. 게다가 지난주 열차 예매 사이트에 접속자가 한꺼번에 대거 몰리면서 장애가 빚어지는 등 코로나 시국에도 티켓 구하기 전쟁은 진행형이다.
작년 추석보다 공급 좌석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 방역관리에 힘을 기울였음에도 예매율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 귀성 자제 분위기로 판단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코레일 관계자 전언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민족 최대의 명절을 맞아 가급적 이동 자제 권고를 드린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면서도 “무증상·잠복감염 등으로 인한 감염전파 위험성을 고려한 불가피한 권고”라고 말했다.
이어 “어르신이 있는 가족의 경우 추석연휴 기간 고향·친지를 방문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정부의 이같은 공식 입장은 ‘자발적 이동금지’를 전제한 국민 스스로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전문가 일부에서는 이번 정부의 추석 이동제한이 강제가 아닌 ‘권고’ 수준에 그친 데 대해 국민들에게 느슨한 방역 시그널을 잘못 전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정부 특별대책도 사실상 오는 28일 이후 시행될 예정으로 시점 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통상 추석 이전 이뤄지는 벌초 관련 대책도 미흡해 보인다. 정부·지자체가 홍보하는 대행 서비스 이용에 국민 호응이 얼마나 이뤄질 지 미지수다. 더구나 추석 직전 거리두기를 2단계 하향 조정한 데 대해서도 자칫 국민들의 방역 경각심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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