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詩] 젖은 식사
홍윤표
sanho50@hanmail.net | 2022-05-20 13:24:52
시인 권철구
젖은 식사
시인 권 철 구
홀로 세상을 헤쳐 나가시던
나뭇지게 진 아버지
성난 가슴 달래주는 햇볕 아래 초점 없는
눈길로 서랍 짝을 지키시던
당신의 마음은 짝 잃은 고양이였을까
사납게 치달리는 때늦은
겨울바람은 눈치 없이 창을 흔들며
나들이 나가듯 작년에 집 나간
육신 찾아 헤매는
장남을 일으켜 세웁니다
애써 데우려 밥솥 안에 넣어둔
밥그릇에 이슬이 맺혀 주르르
들끓어 오르는 화염이 울고 있었다
고일 사람 없어 홀로 바라보니
젖은 식사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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