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진 작가 “사진 매개로 세상과 소통 원해”
김영식
ys97kim@naver.com | 2020-02-26 14:00:51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기준선이라는 주제를 통해 숨바꼭질(hide&seek)하듯 아슬아슬한 우리의 자유를, 우리를 바라보는 또 다른(or) 우리(YOU)의 시선(視線)이 가진 기준(基準)의 모순(矛盾)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사진 경력 25년, 수제맥줏집 대표이자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 변성진 작가는 엉뚱한 상상력의 소유자다. 예술가 소양 중 1순위로 꼽히는 ‘창의력을 겸비한 상상력’ 면에서 변 작가는 재능있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1997년 한 스튜디오 촬영 업무로 공식적인 사진 작업을 시작한 변 작가는 그간 방송‧신문‧인터넷 등 20년 간 다수의 언론사 사진기자직을 거쳤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현장에서 실무를 익힌 후 그는 대학원 진학을 통해 전문성을 심화했으며, 4년 전 자신이 만든 가게 공간을 선‧후배 사진작가들의 전시물로 채우는 등 남들이 쉽게 가지 않는 길을 걷고 있다.
여러 차례 개인전‧단체전 진행 이력을 지닌 그는 대표적 시리즈로 ‘hide & seek or YOU’를 주저없이 꼽는다. 이는 생각‧기준‧잣대 등을 뜻하는 선(Line)을 모델 신체 위에 긋고, 이를 통해 인간 감정을 유추, 각자 자유의 근본적 의미를 탐구하는 취지의 전시다.
휴대전화 하나로 누구든 자신만의 사진예술이 가능해진 요즘, 여전히 ‘사진’을 매개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변 작가를 최근 서울 성북구 소재 수제맥주 전문점 ‘F64’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특히 변 작가는 세계 최초로 ‘레이저를 활용한 점‧선‧면 기법’으로 이번 작품을 완성했다. 전 세계 유일한 기법인 만큼 붙여진 이름도 없다.
빛의 직진과 굴절, 반사 등 성질을 응용해 만들어낸 이 기법은 변 작가가 자신의 가게 속 작은 공간을 활용해 마련한 작업실에서 오랜 기간 홀로 노력해온 결과다.
이런 독특한 사진기법을 투영해 탄생된 여러 작품들은 특히 ‘100% 사람’ 모델과 이들 신체 위 그어진 선 등을 통해 그 의도가 강조된다.
이와 관련, 변 작가는 “작품 속 모델 신체에 그어진 선은 단순한 선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사회의 기준선이자 그 선을 바라보는 시선”이라며 “가장 원초적이자 순수한 모습,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화두를 만들어내는 누드 형식을 통해 남성과 여성이 느끼는 내·외면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변 작가는 특히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을 중요시하고 있다. 작품 속 등장하는 모델은 대부분 누드 형식으로,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주제를 만들어내 결국 우리네 더욱 완전한 자유 영역을 고심케 한다.
빛과 그림자, 특히 선을 이용해 모델의 신체를 자르고 연결하기를 반복, 그 안에서 규칙과 불규칙의 경계를 표현해냈다. 누군가는 숨고 누군가는 찾고, 또 누군가는 가만히 지켜보는 숨바꼭질처럼 묘한 긴장감을 주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이자 변 작가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다.
변 작가는 “세상 모든 일은 나로부터 시작된다”며 “개인적 일기를 쓰듯 모델에 내 감정을 투영, 인간관계에 있어 보이지 않는 선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모든 감정을 YOU(관객)과 교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변 작가는 “사진을 배워가던 시절, 나도 그랬고 주위 모든 작가들이 한결같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전시 공간 부족을 지적했다”며 “이런 상황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유럽 여행 중 한 카페에서 미술작품 여럿을 벽에 걸어놓고 전시하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며 “직접 만든 ‘F64’ 역시 수제맥주와 사진작품을 결합한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펍’이란 공간 특성상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만큼, 이 곳에 전시된 작품들이 대중에 빈번히 노출될 수 있다는 장점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다.
실제 현재 ‘F64’ 모든 벽면에는 여전히 수많은 사진 작품들이 전시 중이며, 설립된 지난 4년 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6월까지 전시 작가 섭외도 모두 완료된 상태다.
변 작가는 “이 곳은 사진을 사랑하는 모든 선후배 작가들의 예술복합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독창적 기법에 엉뚱한 상상력을 더한 변 작가는 오늘도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힘차게 걸어가고 있다.
한편, 변 작가는 ‘자유·소멸·인간’ 관련 동·서양 철학을 바탕으로, 인간 관계와 샤머니즘·나무·꽃 등을 주제로 개인 작업·전시·강의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특히 갤러리 형식을 표방한 수제 맥주 전문점 ‘탭하우스 F64’를 운영, 전시와 맥주 문화의 융합을 위한 다양한 실험도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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