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햄버거병’ 논란 재점화…“맥도날드 불매‧퇴출해야”

김영식

ys97kim@naver.com | 2019-10-29 15:51:44

檢, 2년 만에 재수사…오랜 불신으로 ‘불매운동’ 확산되나
▲ 2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 회원이 맥도날드 비위생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사진=김영식 기자)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지난 2016년 네 살 여아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용혈성요독증후군(HUS·Hemolytic Uremic Syndrome), 이른바 ‘햄버거병’에 걸렸다는 의혹이 나온 지 2년 만에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했다.  


시민사회에선 한국맥도날드가 여전히 부실한 위생관리와 대장균으로 오염된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불매 및 시장 퇴출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29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 맥도날드 서울시청점 앞에서 '한국맥도날드 불매+퇴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맥도날드 전 직원들이 제보한 것이라며 ‘덜 익은 패티’ 등이 담긴 맥도날드 햄버거 사진 일부를 전격 공개했다.


◆ “맥도날드 햄버거는 시한폭탄…불매만이 정답”


▲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맥도날드 햄버거병 사태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사진=김영식 기자)

이들은 이날 모두 34장에 달하는 한국맥도날드 내부제보 사진을 언론사에 보냈다.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된 사진 가운데 맥도날드 새우버거와 빅맥 등 일부 버거에선 덜 익은 패티가 발견됐으며, 곰팡이도 포착됐다. 특히 정식 조리교육을 받지 않은 배달기사가 그릴 앞에서 조리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나왔다.

 
이들 단체는 “맥도날드 햄버거는 장염이나 식중독, 햄버거병 등 건강상 피해를 언제든 일으킬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라며 “한국맥도날드 불매만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검찰에 맥도날드의 언더쿡(기계 결함 등 요인으로 햄버거 패티 등이 덜 익는 현상) 관련한 철저 수사를, 시민들을 향해선 불매 운동을 각각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장하나 활동가는 “햄버거병 피해자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언더쿡이 직원 실수가 아닌 기계 결함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맥도날드에 맞선 피해자들에게 입증 책임이 있어 이들의 제2, 제3의 피해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의원이 공개한 바에 의하면 맥도날드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중 식품위생법 발생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이라며 “즉 맥도날드 불기소의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오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아동의 어머니 최은주 씨는 “딸 시은이(가명)는 매일 밤 10시간씩 복막투석을 해야 하루를 버텨낼 수 있다”며 “심장 대신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를 달고 왼쪽다리를 절어 부축을 해줘야만 계단을 오르내릴 정도”라고 오열했다.


최씨는 이어 “돈 좀 더 벌어보겠다고 장출혈성 대장균과 시가독소가 든 패티를 은폐하고 폐기하지 않는 맥도날드와 맥키코리아에 대해 되레 식약처 공무원은 그들에게 법망을 빠져갈 방법을 알려줬다”면서 “이번 검찰의 철저한 재조사로 이들에게 엄벌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 피해아동의 어머니 최은주 씨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김영식 기자)

‘정치하는 엄마들’은 특히 ‘햄버거병’ 사태를 키운 원인으로, 한국맥도날드와 제조업체는 물론 검찰 책임도 지적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한국맥도날드는 2016년, 패티에서 O157 장출혈성대장균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패티 회수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에도 검찰은 맥도날드 측에 식품위생법상 책임을 묻지 않았다”면서 “즉 맥도날드는 대장균 오염 우려가 있는 패티를 소비자들에게 고의적으로 전량 판매하고도 검찰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한국맥도날드 사장은 ‘햄버거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5명의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직접 사과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대국민 사과 쇼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지고 치료비 등을 지원하겠다고 언론플레이만 했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른바 ‘맥도날드 햄버거병’ 사건은 2016년 9월 당시 네 살배기 여아 시은이(가명)가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려 신장 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사건이다. 피해아동의 부모는 아이 발병 원인을 당일 먹은 덜 익은 맥도날드 햄버거로 보고 2017년 7월 한국맥도날드를 식품안전법 위반 등으로 고발했다.


이후 비슷한 피해를 호소한 아동 4명이 추가로 나타났으나, 당시 검찰은 ‘증거 불충분’이란 이유로 한국맥도날드에 대해 불기소 처분 결정을 내렸다.

▲ 햄버거병 피해아동의 어머니 최씨(사진 좌)가 활동가들의 맥도날드 규탄 발언 도중 오열하고 있다.(사진=김영식 기자)

하지만 2년여가 흘러 지난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햄버거병’ 재조사를 시사하는 발언이 나온 뒤 현재 검찰은 관련 의혹들에 대한 고발인 조사 등 재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표창원(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총장에게 “맥도날드가 햄버거병 수사 과정에서 직원에게 허위진술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윤 총장은 “허위진술 교사가 있었다면 검찰에서 철저히 수사를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이번 검찰 재수사는 올해 1월 ‘정치하는 엄마들’ 등 9곳의 시민단체가 한국맥도날드와 패티 납품업체, 세종시 공무원 등을 식품위생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한편, 한국맥도날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제보 사진들에 대한 조작 의혹 등을 제기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이 사진들은 올 초 당사에 대해 고발장을 접수한 한 시민단체(정치하는 엄마들)의 온라인 카페에 올라와 있는 사진과 대다수 일치해 같은 인물로부터 제보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중 조작 또는 의도적인 촬영의 정황이 담긴 사진도 있어 이들의 의도 및 관련 행동들에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맥도날드의 허위진술 교사 등 내용과 관련해선 “허위 진술을 교사 받았다고 주장한 전직 점장이라는 인물은 최초 질병을 주장했던 어린이의 가족이 방문한 매장의 점장이 아니다”라면서 “회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허위 진술을 강요하거나 그 같은 행위를 한 사실이 없음을 밝혀 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덜 익은 패티’ 부분에 대해 “최근 당사와 관련한 외부 발언 및 기사 내용 중 심각한 오류가 있어 이번 기회를 통해 바로 잡고자 한다”며 “당사의 패티는 온도설정이 된 그릴을 통해 조리되며, 그릴 상단의 온도는 218.5도, 하단의 온도는 176.8도로 구워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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