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詩] 소나기 편지

홍윤표

sanho50@hanmail.net | 2022-02-28 15:53:22

시인 박종영

소나기 편지

               시인 박 종 영

 

먹구름 따라온 자리마다

물방울이 풀잎 건들며 일어선다

어딘가 쏟아질지 모를 심산

푸른 숲이 손 벌리고 있는 산자락마다

서로 손 잡고 기다리며 멈춰있다

 

손바닥 안에 잡혀 있는 계곡 사이

숲을 쓰다듬으며 긴장을 알리는 바람

서쪽에서 몰려오는 먹구름 뒤로

서걱대며 몸단장을 하는 푸른 대나무 숲

 

햇살에 외면당 했던 구름 냄새라든가

먹구름에 슬픔을 저당 잡힌 빗방울의 기분이라든가

그 누구도 알려주는 사람 없었고

여름의 내력은 오래도록 지루하게 버텨 왔다

 

소슬바람 담벼락 귀퉁이 간질이는 날이면

나무는 동쪽으로 팔을 뻗고 눕는다

외로웠으므로 편지 몇 통을 더 뜯어 읽는 날

가슴이 촉촉한 남자가 배달되고

그리움은 가랑비로 흠뻑 젖어 내렸다

 

소나기는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바람의 문장

옥수수 밭 서걱대는 조바심에

칭얼대는 아이 젖 물린 엄마의 풍요로운 마음으로 젖고

단비가 사선으로 몰려오는 날이면

기다리던 소식에 가슴 설레는 아버지의 미소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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