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의 세상만사] 막장 집안싸움 국민의 힘
news@segyelocal.com | 2021-12-27 15:55:37
이번에도 갈등에 메가존을 들어낸 건 이준석 대표다.
비공개 선대위 회의에서 조수진 최고위원 겸 선대위 공보단장이 ‘후보의 뜻’이라며 윤석열 대선후보 부인 관련 의혹에 대한 당 대응을 지적하자 이 대표가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과 나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나오니 먼저 이를 정리하라’고 반박하면서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한다. 조 최고위원이 맞서자 이 대표가 “내가 상임선대위원장인데 누구 말을 듣느냐”고 했고, 조 최고위원이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고 했다는 것이다.
◆ 자리싸움에 시간 낭비만
이후 조 최고위원은 공개 사과하는 듯하더니 몇몇 기자에게 이 대표를 비난하는 링크를 보낸 모양이다. 공보단장이 무슨 완장이라도 되는 양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조 최고위원은 “단 한 번도 어떤 자리를 요구하거나 자리 욕심을 낸 적이 없다”고 버티다가 물러났다.
그렇더라도 이 대표는 대표다운 리더십을 보여야 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사과같지도 않은 사과를 해 놓은 것을 보니 기가 차다”며, “더 크게 문제 삼기 전에 깔끔하게 거취 표명을 하라”는 글을 올린 데 이어 선대위직(상임선대위원장, 홍보, 미디어총괄본부장)을 사퇴했다. 조 위원의 사과도 안 받겠다고 했다.
도대체 대표 대접 안 한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게 몇 번째인가.
이견과 갈등을 중재하고 풀어내야 할 대표가 당사자가 돼 싸우는 건 또 뭔가.
그러니 당 안팎에서 “책임감이라곤 하나도 없고 개인 정치에 몰두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닌가. 이런 치졸한 싸움을 지켜보는 국민은 국민의힘이 오만하고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한다.
벌써 자리 싸움부터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지경에까지 간 데는 윤 후보의 책임이 적지 않다.
이번 갈등의 구조적 원인이 항공모함에 비유할 정도로 거대한 선대위(김종인 위원장)에 있기 때문이다.
몇몇이 ‘후보의 뜻’을 팔며 효율적 의사결정을 막아온 게 사실이다.
김 위원장이 “후보 일정을 확정하려는데 쓸데없이 다른 데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서 일정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다”며, “선대위가 이대로 갈 수 없다”고 토로할 정도다. 이런 일이 있으면 이 대표와 윤 후보가 만나 문제를 조정해야 한다. 정상적인 모든 정당이 그렇게 한다.
이 경우엔 윤 후보가 조 최고위원을 사퇴시키는 것이 옳다. 윤 후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선대위 단장이 선대위원장 지시를 거부하는데 ‘민주주의’라고 했다.
이런 민주주의도 있나.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 대표가 선대위원장이란 중책을 갑자기 사퇴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 대표는 윤 후보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 국민의 시선만 생각할 때
이 대표는 여당 후보와 싸우기보다 내부 싸움에 더 열을 올린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도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 김 위원장은 온갖 논란 끝에 원하던 총괄선대위원장이 됐다. 그렇다면 적극 나서서 분란을 해결하고 선대위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지금 윤석열 선대위는 공룡처럼 덩치가 커진 상태다. 대선 이후 논공행상으로 한 자리씩 챙기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어서다. 기능과 역할 조정도 없이 사람만 늘어나니 실속도 없는 회의만 빈번해졌다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윤 후보의 대응도 지나치게 안이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국민이 원하는 것, 바라는 것을 파악하고 거기에 부응해야 한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권 교체다.
지금 윤 후보는 그런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고 있나.
이제는 선대위 단장이 윤 후보와 친하다고 선대위원장에게 내놓고 대드는 지경인데도 방관했다.
윤 후보에게 국민과 유권자의 시선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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