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詩] 폐가의 자세

홍윤표

sanho50@hanmail.net | 2021-12-24 16:04:48

시인 임경묵

폐가의 자세

         시인 임 경 묵

 

잡풀 우북한 대문에 누룩뱀이 똬리를 틀고 있다

마당은 풋콩처럼 불안하다

초록의 사마귀가

섬돌에 앉아

발음기호만 남은 처마를 올려보다가 담장 너머로 천천히

날아간다

종일 빈방에

버려진 납 활자처럼 누워있던 폐병쟁이 어둠이

무연히

마당의 적막을 엿듣다가

또,

밭은기침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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